지난 7월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 조치에 나선 이후 우리 정부가 소재·부품·장비 이른바 '소부장' 기업 육성에 나서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소부장 투자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지난 8월 NH-아문디자산운용이 소부장 기업에 투자하는 '필승코리아펀드'를 내놨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여기에 가입하면서 각계의 참여가 몰려 출시 4개월여 만에 1000억원이 넘는 돈이 들어왔다. 여기에 한국거래소가 소부장 기업들의 상장 요건을 완화해주는 일명 '소부장 패스트트랙'을 시작하고, 정부가 강소 기업을 선정해 연구·개발(R&D)과 투자 등 다양한 지원을 하겠다고 밝히면서 시장에서 소부장이 투자 '테마'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소부장 투자가 지난해 4월 출시 이후 반짝 관심을 받았다가 확 쪼그라든 코스닥벤처펀드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 지원으로 투자 '테마'로 자리 잡는 소부장

지난 9일 중소벤처기업부는 '소재·부품·장비 강소 기업 100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강소 기업 100개를 선정, 연구·개발(R&D), 벤처 투자 등 최대 182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우선 55개를 선정했는데, 이 중 코스닥 상장사는 16개다. 투자금도 이 회사들로 흘러들어 갈 가능성이 크다. NH-아문디운용의 필승코리아 펀드 이외에도 지난 10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소부장 기업에 투자하는 '코어테크펀드'를 내놓았고, KB자산운용도 기존에 운용 중이던 '한반도 신성장 펀드'를 소부장 펀드로 바꾸기로 했다.

◇IPO 시장도 주목… 일각에선 벤처펀드처럼 될까 우려

기업공개(IPO) 시장에서도 소부장이 주요 관심사다. 오는 24일 상장하는 '소부장 패스트트랙 1호 기업' 메탈라이프(반도체 전원 공급·신호 연결 등을 하는 부품 생산 회사)는 최근 기관투자자 수요 예측에서 1290대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레몬, 서울바이오시스 , 서남 등의 기업도 소부장 패스트트랙으로 상장을 준비 중이다. 이소중 SK증권 연구원은 "소부장 업체들이 확보된 공모 자금을 제품 국산화와 시설 투자에 활용해 한 단계 성장할 것"이라며 "2020년에는 소부장 IPO 기업들의 비중이 이전보다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가 분위기를 조성한 소부장 테마가 자칫 코스닥벤처펀드(벤처펀드)의 전철을 밟을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4월 정부는 코스닥 시장 활성화 정책의 하나로 벤처펀드를 출시했다. 전체 투자금 중 50% 이상을 코스닥 및 벤처기업에 투자하면 세제 혜택, 코스닥 공모주 우선 배정 등 혜택을 받을 수 있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는 사모(私募) 벤처펀드는 설정액이 점점 늘고 있다. 그런데 일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모(公募) 벤처펀드는 낮은 수익률로 시장의 관심을 잃으면서 출시 초기와 비교해 규모가 확 줄었다. 지난 6월 말 7820억원에 달했던 공모 벤처펀드 설정액은 11월 말 4903억원으로 48%가량 감소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공모 벤처펀드 12개의 최근 6개월 평균 수익률은 -10.05%, 연초 이후엔 -0.82%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소부장은 정부와 시장의 관심이 시들해지면서 투자금이 빠져나가면 손해를 볼 수 있어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