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국에선 일본 화장품 브랜드 'SK-II'의 피테라 에센스가 한국 화장품 '후' 비첩 자생 에센스를 위협하고, 일본 '나스'의 말린 장미색 립스틱이 한국 '라네즈' 연분홍색 립스틱을 맹추격하고 있다.

글로벌 업계에서는 "'잠자는 거인'이던 J뷰티(일본 화장품)가 중국에서 드디어 눈을 떴다" "트렌디한 아이템으로 주목받았던 K뷰티(한국 화장품)에 이어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한 J뷰티의 시대가 돌아왔다"는 등의 평가가 나오고 있다.

중국을 달궜던 K뷰티 열풍이 J뷰티 공세에 밀리고 있다. 지난 3년간 중국 수입 화장품 시장 1위를 지켜오던 한국은 올해 일본에 1위 자리를 빼앗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무역 통계 업체인 '글로벌 트레이드 아틀라스(GTA)'는 "일본산 화장품의 대중(對中) 수출액이 올해 1월부터 10월 말까지 24억6881만달러(약 2조9300억원)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고 12일 밝혔다.

한국산 화장품 수출액은 24억3369만달러(약 2조8900억원)로 2위로 떨어졌고, 3위는 18억547만달러(약 2조1400억원)어치를 수출한 프랑스가 차지했다.

중국 시장 공략 나선 J뷰티

지난달 11일 열린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 이벤트인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광군제(光棍節)' 행사. 이날 일본 화장품 SK-II 매출은 LG생활건강의 후를 앞섰다. 지난 3월 알리바바와 제휴를 맺고 중국 소비자 빅데이터에 맞춘 제품을 기획·생산한 결과였다.

시세이도는 중국 소비자에게 가장 인지도가 높은 J뷰티 기업이다. 중국에서 24브랜드를 판매하고 있는데, 매출액의 절반 이상이 시세이도, 클레드포 보테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나온다. 시세이도는 지난해 중국 매출이 전년 대비 32.3% 성장했다. 이에 올해 초부터 중국 본사 체제를 강화하고, 4000억원 가까운 마케팅 비용의 상당 부분을 중국 시장에 집중했다.

2013년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천송이 립스틱 열풍을 시작으로 성장한 한국 화장품은 2016년 중국 수입 화장품 시장 1위로 뛰어올랐다. 하지만 이듬해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갈등으로 중국에서 반한(反韓) 감정이 불붙으면서 제동이 걸렸다. 일본이 그 틈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올 들어 중국과 일본은 서로를 '영원한 이웃 나라'로 칭하며 외교 관계에 순풍이 불고 있다"며 "방일 중국인도 급증하는 등 경제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J뷰티가 급성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시장, 2년 만에 두 배로… 한국 빼고 폭풍 성장

지난 3년간 중국의 수입 화장품 시장은 폭풍 성장을 거듭했다. 올해 10월 말까지 중국의 전체 화장품 수입액은 96억7597만달러(약 11조4900억원)로 연내 100억달러 돌파가 확실시된다. 지난 2017년 연간 수입액 51억3103만달러를 기록한 지 2년 만에 전체 파이가 2배로 커졌다. 2015년까지 점유율 28.5%로 수입 화장품 1위를 지켜왔던 프랑스는 2016년 한국에 역전당했다. 당시 프랑스 화장품이 아시아 브랜드에 비해 중국에서 주목받는 프리미엄 제품과 신생 인디(독립) 제품 트렌드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프랑스는 올해 점유율 18.7%로 3위를 차지했다.

GTA 조사에서 일본과 한국 화장품 대중 수출액은 격차(3512만달러)가 작았지만, 성장세는 큰 차이를 보였다. 일본은 지난해보다 34.8% 올랐고, 한국은 14% 성장하는 데 그쳤다.

톱5 국가 가운데 한국만 10%대였고, 일본을 포함한 나머지 국가(프랑스 39.8%·미국 43.4%·영국 61.1%)는 30% 이상 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