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이후 주요국 근원물가 상승률 높아져…韓 '나홀로 하락'"
"경기요인, 근원물가 0.3%P 낮추는 효과…2021년엔 상승 전망"

한국은행이 올해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제외) 상승률이 0%대로 하락한 주요 원인으로 '경기요인'을 지목했다. 3분기 기준 근원물가 상승률은 0.7%를 기록했는데, 여기에 경기요인이 -0.3%포인트(P)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경기요인이 없었다면 근원물가 상승률이 1%대로 올라갈 수 있었다는 의미다.

최근 저물가 논란에서 정부가 정책, 글로벌 요인 등 공급측 요인을 강조해온 것과 달리 국가 전망기관인 한은이 경기둔화로 인한 수요부진도 한 원인으로 언급한 것이다. 특히 과거의 근원물가 하락은 주요국과 동조화된 흐름 속에 나타난 것이었지만 2017년 이후에는 '나홀로 하락세'여서, 저물가를 유발하는 원인으로 경기둔화가 지목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서울 강남구의 한 마트에서 고객들이 장을 보고 있다.

한은이 12일 국회에 제출한 '12월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가격 변동이 잦은 식품과 에너지 물가를 제외한 근원물가의 상승률(전년동기대비)은 올해 2분기와 3분기 0.7%로 집계됐다. 장기 시계로 보면 2012~2015년 평균 1.6%에서 2017년 이후로는 1.2%를 나타내고 있다.

한은은 2017년 이후 근원물가 상승률이 둔화되는 데는 글로벌 요인보다는 국내 요인의 영향이 크다고 봤다. 특히 올해 근원물가가 0%대로 떨어진 데는 경기요인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3분기 경기요인의 근원물가 상승률에 대한 기여도는 -0,3%P로, 정부 정책 영향을 받는 관리물가(-0.4%P)와 유사한 수준을 나타냈다. 만약 경기요인이 마이너스 효과를 내지 않았다면 근원물가는 1%대로 올라갈 수 있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올해 들어 개인서비스 물가의 오름세가 다소 둔화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다.

한은 제공

이는 2012~2015년 근원물가 상승률이 낮아졌을 때랑은 전혀 다른 흐름이다. 당시에는 글로벌 경기둔화, 상품·노동시장 구조변화 등 글로벌 요인이 저물가를 주도했다. 이에 우리나라 상품·개인서비스 물가상승률이 주요국과 동반 둔화됐으며 공공서비스 물가도 큰 폭의 마이너스 상승률로 전환하는 모습이었다.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는 "2012~2015년에는 글로벌 요인이 컸지만 지금은 국내요인이 어느정도 작용을 하고 있다"며 "수요압력 약화가 근원물가를 낮추는 요인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2017년 이후 우리나라의 근원물가 상승률 둔화 흐름은 글로벌과는 괴리된 측면에 있다. OECD 평균 근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부터 커지기 시작해 올해는 2%에 가까운 수준까지 올랐다. 이는 2012~15년 중에는 경기나 관리물가 등 단기요인보다는 추세인플레이션 하락이 근원물가 상승률 둔화의 주요인으로 작용한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우리나라의 근원물가가 추세인플레이션을 밑돈 건 2018년 3분기부터로 경기, 정책요인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한은은 내년까지는 근원물가 상승률이 올해에 이어 낮은 오름세를 보이다가 2021년에는 정부정책 영향이 축소되고 경기가 개선되면서 점차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