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이카로스는 하늘을 날다가 태양에 너무 가까이 가는 바람에 날개를 붙인 밀랍이 녹아 땅으로 떨어져 죽었다. 21세기 이카로스는 아직 끄떡없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지난해 8월 발사한 파커 태양 탐사선은 지금까지 세 차례에 걸쳐 태양 근접 비행에 성공했다. 이때 파커가 관측한 자료가 지난 4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논문 4편으로 발표됐다. 과학자들은 파커를 통해 태양에서 지구로 쏟아지는 고에너지 입자가 어디서 나오는지, 어떻게 가속되는지 새로운 사실을 잇따라 밝혀냈다. 이카로스가 본 태양의 속살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자기장 역전, 태양풍 기원 등 밝혀

파커가 태양에 가까이 가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태양 표면이 6000도 정도인데 대기인 코로나가 150만도까지 높은 온도 역전 현상의 원인을 밝히는 것이다. 둘째는 코로나에서 전기를 띤 채 뿜어져 나오는 고에너지 입자의 흐름, 즉 태양풍이 어떻게 가속되는지 밝히는 것이다.

특히 태양풍 연구는 지구의 사회 기반시설을 안전하게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지구는 자체 자기장이 있어 태양풍을 막아내지만 태양 대기에서 수소폭탄 수천만 개가 한꺼번에 터지는 것에 맞먹는 폭발(플레어)이 일어나면 지구 전력망과 통신망도 큰 영향을 받는다. 태양풍의 요동을 예측할 수 있다면 예상치 못한 전력·통신망 붕괴 현상을 예방할 수 있다.

파커는 기대한 대로 과학자들을 흥분시키는 중요한 발견들을 쏟아냈다. 한국천문연구원 서정준 박사는 "태양 주변의 자기장이 갑자기 방향을 바꾸는 현상이 가장 중요한 발견"이라고 꼽았다. 자기장은 자석이 물체를 끌어당기는 자기력이 미치는 공간이다. 태양풍은 태양에서 방사상(放射狀)으로 뻗어 나오는 자기장을 따라 이동하는데, 중간중간 수초에서 수시간에 걸쳐 자기장 방향이 바뀌어 S자 형태를 보였다. 동시에 태양풍의 속도가 시속 50만㎞로 갑자기 두 배로 뛰었다. 미국 UC버클리의 스튜어트 베일 교수와 미시간대의 저스틴 카스퍼 교수 등은 자기장 역전이 태양풍의 가속에 영향을 미친다고 추정했다. 마치 채찍을 휘두르듯 자기장이 S자로 요동치면서 태양풍도 속도가 빨라진다는 의미다.

둘째, 태양풍이 자전하는 태양을 따라 도는데 그 속도가 지금까지 예상한 초속 수㎞가 아니라 35~50㎞에 이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태양풍의 회전 속도가 높다는 것은 태양이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를 태양풍에 전달한다는 의미다. 그만큼 태양의 자전 속도가 더 빨리 줄어들 수 있다. 즉 태양이 예상보다 더 빨리 나이가 든다고 볼 수 있다. 과학자들은 이 사실이 추가 관측으로 확증되면 별의 진화에 대한 교과서를 새로 써야 할지 모른다고 흥분하고 있다.

속도가 느린 태양풍이 적도 근처 코로나의 검은 구멍에서 나온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태양풍은 초속 700㎞로 이동하는 빠른 태양풍과 초속 500㎞ 이하의 느린 태양풍 두 종류가 있다. 빠른 태양풍은 태양의 극지 코로나의 구멍에서 기원한다고 알려져 있었다. 느린 태양풍은 온도가 100만도 정도로 비교적 낮고 밀도도 덜한 적도의 코로나 구멍에서 나왔다.

파커는 태양에서 1120만㎞ 떨어진 곳에서 우주 먼지가 감소하는 현상도 처음으로 확인했다. 이로써 우주에 가득한 먼지가 태양 주변에서는 고열 때문에 가스로 바뀐다는 가설이 거의 100년 만에 입증됐다. 파커는 당시 위치에서 측정 장비로 640만㎞까지 먼지가 계속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 과학자들은 먼지가 줄어드는 속도를 고려할 때 태양에서 300만~500만㎞ 지역은 먼지가 전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속도·온도·거리 등 최고 기록 경신 중

파커는 지난해 발사된 지 두 달 만에 태양에서 4230만㎞ 거리까지 비행했다. 이로써 1976년 발사된 헬리오스 2호 탐사선이 세운 태양 근접 기록 4340만㎞를 뛰어넘었다. 파커는 지금까지 태양 2400만㎞ 거리까지 다가갔으며, 오는 2024년에는 616만㎞까지 최근접 비행을 할 계획이다.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행성인 수성까지 거리가 5800만㎞이니 파커는 이미 수성보다 두 배 더 가까이 태양으로 날아간 셈이다.

파커는 오는 2024년까지 최고 속도가 시속 70만㎞에 이를 전망이다. 지금까지 개발된 탐사선 중 가장 빠르다. 2024년 12월 태양에 최근접 비행을 하면 탐사선이 받는 온도가 1400도까지 올라갈 수 있다. 역시 탐사선이 견딜 수 있는 최고 온도 기록을 세우고 있다. NASA는 경량 탄소 복합재로 태양 가까이 가도 내부 장비 온도를 30도 이하로 유지하는 방열판을 개발했다. 파커 탐사선의 기록 경신이 얼마나 이어질지 과학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