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 한국당 빠진 채 예산안 의결 강행
경제 활력 총력...SOC 예산 9000억 증액
소‧부‧장 경쟁력 위해 2.1조 특별회계 신설

국회는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에서 마련한 내년도 예산안·기금운용계획안 수정안을 10일 의결했다. 법정처리 시한을 넘긴지 8일 만이다. 총 513조4580억원 규모의 정부 원안에서 1조2075억원을 깎은 512조2504억원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SOC(사회간접자본)와 저출산 대책 위주로 7조9000억원이 증액되는 대신, 보건·복지·고용 분야를 위주로 9조1000억원이 감액됐다. 예산안 표결 30분을 앞두고 자유한국당은 격렬하게 반발했지만 예산안 처리는 강행됐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2020년도 예산안은 총지출이 512조2504억원으로 정부안(513조4580억원)보다 1조2075억원 줄었다. 이는 올해 예산이었던 469조6000억원보다 9.1%(42조7000억원) 증가한 것이다. 가장 많이 삭감된 분야는 농어촌구조개선 특별회계로, 900억원 감액됐다. 총수입은 약 481조8000억원으로 정부안보다 약 2000억원 줄었다.

국가 채무는 정부안 805조5000억원에서 805조2000억원으로 조정됐다. 올해 예산안에서 잡았던 국가 채무 740조8000억원에서 64조4000억원 증가한 것이다. 전년 대비 GDP 대비 국가 채무의 비중도 39.8%로 올해 예산안(37.1%)에서 제시했던 수치보다 2.6%포인트 증가했다.

본회의 표결에서 예산안 수정안은 재석 162인 중 찬성 156인, 반대 3인, 기권 3인으로 의결됐다. 이번 예산안은 처리 시한을 8일 넘겨 통과됐다. 2014년 국회선진화법이 도입된 이후 지난해에 이어 5년 연속 법정 처리 시한을 넘겼다. 제1야당인 한국당은 표결 직전까지도 강력히 반발했다.

10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2020년도 예산안이 통과됐다.

"건설 경기 살려라" 예타 면제 사업 등 SOC 예산 증액

SOC 예산은 정부 예산안보다 9000억원 늘어난 23조2000억원으로 정해졌다. 지난해 이뤄진 2019년도 예산안 심사 때 증액 규모였던 1조3000억원보다는 4000억원 줄었다. 부진한 건설 경기 부양을 위한 조치다.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사업인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 관련 예산이 정부 예산안 1786억원에서 1891억원으로 105억원 늘어났다.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는 광역교통망 개선과 노후 SOC 유지보수, 도시재생사업 등을 통해 2018년 이후 가라앉은 건설 경기를 살리겠다는 취지에서 나온 정책이다.

새 고속도로를 짓거나 노후한 철도를 개량하는 데 쓸 예산이 늘었다. 안성~구리 고속도로 건설 사업에 투입할 비용은 정부 예산안 2501억원에서 2961억원으로 460억원 증가했다. 함양~울산 고속도로 건설 사업도 정부안 3240억원에서 450억원 늘었다. 도시 철도 노후 시설 개량에 들어갈 예산은 929억원으로 정부안인 566억원에서 363억원 증가했다. 올해(414억원)의 두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버스 공영 차고지 확충 예산은 627억원으로 정부 예산안보다 60억원 늘었고, 교통 약자가 대중교통을 편히 이용할 수 있도록 시설을 갖추기 위한 비용은 648억원으로 정부 예산안인 510억원보다 138억원 증가했다.

◇소·부·장 경쟁력 강화에 2조1000억원 투입

정부는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로 2조1000억원 규모의 특별 회계 항목을 신설했다. 일본의 무역 보복에 대응하기 위해 신설된 소·부·장 특별 회계의 운영 시한은 내년부터 5년간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소·부·장 산업의 자립화를 안정적으로 집중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기 버스와 화물차에 지원하는 구매 보조금 물량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전기버스는 올해 300대에서 650대로, 전기화물차는 같은 기간 1000대에서 5500대로 늘었다. 인공지능(AI) 중심 산업융합 집적단지 조성 예산도 200억원이 늘린 626억으로 결정됐다.

인공지능(AI) 중심 산업 융합 집적 단지를 조성하기 위한 예산은 626억원으로 최종 결정됐다. 당초 정부 예산안이었던 426억원에서 200억원 늘었다.

규제자유특구에 대한 연구개발(R&D) 종합 지원에는 1103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당초 정부 예산안인 615억원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규제자유특구는 규제로 인해 시험이 불가능한 혁신기술을 제약 없이 시험해볼 수 있는 지역으로, 현재 강원·대구·전남·충북·경북·부산·세종 등 총 7곳이다. 강소특구 활성화 지원에는 368억원이 편성됐다. 정부 예산안인 149억원보다 2배 이상 늘었다.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2020년도 예산안의 분야 별 재원 배분 변동 내역.

저출산 해소 목적 항목 대폭 증액

이번 예산안에서는 저출산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의 항목들이 대폭 증액됐다.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이다. 우선 유치원·어린이집 누리과정 지원 단가 인상을 위한 유아교육비 보육료 지원 예산을 2470억원 늘린 4조316억원으로 최종 확정했다. 지원 단가를 월 22만원에서 24만원으로 인상한 것이다.

그 외 영아반 급간식비 기준 단가를 올해 1745원에서 1900원으로 올리기 위해 106억원을 편성했다. 교사 처우 개선을 위해 담임교사 수당을 월 22만원에서 24만원으로 올렸다. 담임교사 지원비는 올해 2088억원이었는데,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는 2215억원으로 이를 편성했다. 하지만 국회를 거치며 여기서 202억원이 늘어난 2417억원으로 최종 확정됐다. 연장반 전담교사 채용 지원을 위한 사용자 부담금의 30%를 지원해주는 예산이 167억원으로 신규 편성됐다.

난임부부의 난임 시술비 지원에는 227억원의 예산을 확정했다. 당초 정부 예산안이었던 184억원보다 늘었다. 난임 시술비 지원 단가를 올해 50만원에서 2배 이상 올린 110만원으로 조정한 영향이다.

어린이 보호 구역 내 도로에 무인 단속 장비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이른바 ‘민식이법’(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이를 계기로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 시설 확충 예산이 1100억원 규모로 결정됐다. 과속·신호 위반 단속 카메라를 1500대, 신호등을 2200대 설치한다.

그 외 쌀 변동직불제 등 7개 직불제를 공익기능증진 직불제로 통합 개편하기 위해 농업·농촌 기능 증진 직접 지불기금이 신설됐다. 공익 기능 증진 직불 예산은 당초 정부 예산안보다 2000억원 증액됐다. 농어업재해재보험기금 재보험금 예산은 993억원 늘었고, 농산물가격안정기금 자조금 지원 예산과 채소가격안정 지원예산도 각각 15억원, 48억3200만원 증액됐다.

올 한해 양돈 농가를 휩쓸었던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 방지 투자 예산은 정부안이었던 3222억원에서 524억원 늘어난 3600억원으로 최종 결정됐다.

정부는 오는 13일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2020년 예산의 공고안 및 배정 계획’을 상정 및 의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