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LCD 감산 주도…가격 하락세 멈춰
韓, OLED 전환 가속…中 기업 추격은 부담

디스플레이 업계가 내년에도 보릿고개를 겪겠지만 LCD(액정표시장치) 가격 상승과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전환으로 반등 기회를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LCD 가격은 최근 하락세가 멈췄다. 중국의 저가 공세가 한풀 꺾인데다, 우리 기업들이 OLED에 주력하며 LCD 생산을 줄인 영향이다.

LG디스플레이가 선보인 '더 로즈'. 65인치 UHD OLED 디스플레이 4장을 장미꽃 형태로 구현했다.

10일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65인치 LCD 패널 가격은 160달러로 10월과 평행선을 그렸다. 65인치 LCD 패널 가격은 지난해 8~9월 245달러에서 13개월 연속 하락했다. 하락폭은 34.6%에 달한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내년에도 추가 하락 가능성이 있어 아직 상승세로 전환을 이야기하긴 이르다"면서도 "바닥을 다지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신호"라고 말했다.

가격 하락이 멈춘 이유는 공급 감소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LCD 감산을 주도하고 있다. IHS마킷에 따르면 두 회사의 TV용 LCD 패널 올해 출하량은 각각 3260만장과 4860만장과 수준이다. 하지만 내년엔 1750만장과 2700만장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IHS마킷은 내년도 글로벌 LCD TV 패널 출하량이 2억6600만장으로 올해보다 7.8%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 韓, LCD 대신 OLED ‘올인’

중국 기업들은 정부 보조금을 등에 업고 LCD ‘치킨게임’을 벌였다. 하지만 LCD에 돌아가는 보조금이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LCD 패널 가격이 생산원가를 크게 밑도는 상황에서 중국 기업들도 한계를 느끼고 있다"며 "LCD는 패권이 이미 중국으로 넘어갔고, 한국 기업들이 발을 떼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가격 경쟁은 부담"이라고 말했다.

우리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OLED에 집중하고 있다. IHS마킷은 내년도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 규모가 1073억달러로 2%가량 성장한다고 내다봤다. LCD 시장 규모가 746억달러로 6% 감소하지만, OLED 시장 규모가 321억달러로 28% 성장한다는 전망이다.

충남 아산시 탕정면 삼성디스플레이 공장 전경.

대형 OLED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LG디스플레이는 올 8월 첫 생산에 들어간 광저우 OLED 라인을 내년부터 본격 가동한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올 10월 ‘QD디스플레이’로 명명한 차세대 디스플레이에 2025년까지 13조1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21년 월 3만장 규모로 첫 납품에 나설 계획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이끄는 모바일 OLED는 폴더블 같은 신규 수요가 예상된다. LG디스플레이도 애플 아이폰과 차량용 OLED를 중심으로 출하량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 中, OLED도 거센 추격

관건은 OLED 가동률을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느냐다. LG디스플레이 광저우 공장은 수율이 목표치의 70%를 하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MG(Multi Model On Glass) 등 신기술 도입이 문제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 9월에는 아이폰용 OLED도 납품 차질을 빚은 것으로 전해졌다.

LCD를 향하던 중국 정부 보조금이 OLED로 옮겨가고 있는 점도 부담요인이다. 모바일 OLED는 중국 BOE 등이 생산·납품을 시작했다. IHS마킷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의 모바일 OLED 시장 점유율은 2017년 97.6%였지만 올해는 86.6%로 다소 낮아졌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OLED에서도 중국이 ‘돈 싸움’을 걸고 있어 향후 상황을 낙관하기 어렵다"며 "올해보단 나아지겠지만, 내년 또한 디스플레이 업체들에게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