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애플리케이션(앱) 이용률이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 집중되고 지방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핀테크 활성화 노력에 힘입어 다양한 핀테크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이같은 기술 혁신의 혜택은 서울·경기에 집중돼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핀테크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데다, 핀테크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청년층 역시 수도권에 몰려있다는 점이 지방 소외 현상을 불러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10일 자산관리 플랫폼 ‘뱅크샐러드’와 생활 금융 플랫폼 ‘핀크’, P2P(개인 간 거래)금융 플랫폼 ‘테라펀딩’과 ‘8퍼센트’ 등 네 곳의 이용자를 지역별로 분석한 결과, 평균 32.54%가 ‘서울 사람’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이용자는 평균 27.79%였다. 즉 네 곳의 회원 10명 중 6명은 서울·경기 거주자인 셈이다.

서울·경기 이용자 비중이 30% 안팎에 달하는 것과 달리, 지방 주요 도시 이용자 비중은 한 자릿수에 그쳤다. 국내 6개 광역시와 제주도 중에서는 부산이 평균 6.34%로 가장 높았지만, 이는 서울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 외엔 인천 5.26%, 대구 5.23%, 대전 3.47%, 광주 2.81%, 울산 1.77%로 집계됐다. 제주도는 1%도 되지 않는 0.65%에 그쳤다.

핀크·테라펀딩·8퍼센트는 회원가입 단계에서 거주지 정보를 받는다. 다만 뱅크샐러드는 거주지 정보를 수집하지 않아 앱을 이용한 위치 정보를 분석했다.

지방 소비자의 핀테크 이용률이 서울·경기 대비 현저히 떨어지는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핀테크 기업의 ‘서울 쏠림 현상’과 연관이 있다고 분석했다. 매년 ‘대한민국 핀테크 기업 편람’을 펴내는 한국인터넷진흥원 관계자는 "2018년의 경우 304개 기업이 편람에 실렸는데, 이 중 99.9%가 수도권에 위치해 있다"며 "지방에 위치한 핀테크 기업은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김대윤 한국핀테크산업협회장은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하는 핀테크 기업의 경우 첫 고객은 주변 사람들일 가능성이 크고, 다른 고객 역시 입소문을 통해 확보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때문에 핀테크 기업이 위치한 지역은 고객군 위치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고객을 만날 수 있는 대규모 행사는 대부분 서울에서 열리는 데다, 금융당국과 각종 핀테크 인프라 역시 서울에 위치해 있어 핀테크 기업이 지방으로 내려가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핀테크에 익숙한 연령대가 부족하다는 점이 지방의 핀테크 활성화를 어렵게 만든다는 분석도 있다. 정유신 한국핀테크지원센터 이사장은 "핀테크는 시공간 제약이 없는 디지털 기반으로 진행되긴 하지만, 이를 쉽게 접하고 활용할 수 있는 청년층이 지방에 부족하다는 점은 핀테크 활성화의 제약 요인"이라며 "사용하는 사람이 없다 보니 핀테크 관심이 떨어지고, 이에 따라 수도권 대비 핀테크에 대한 정보도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20~50대 인구는 지난 11월 말 기준 약 3097만명이다. 이중 경기의 20~50대 인구가 약 818만명(26.43%)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은 약 608만명(19.6%)으로 그 뒤를 이었다. 전국 20~50대 인구 중 부산(6.39%)과 인천(5.93%), 대구(4.7%), 대전(2.91%), 광주(2.84%), 울산(2.3%), 제주(1.26%) 등의 비중은 핀테크 4개 업체 평균 이용률과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지역 기반 은행들은 지방의 핀테크 소외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핀테크 관련 인프라를 각 지역에 확충하고 있다. 부산시는 BNK금융지주와 손잡고 핀테크 기업 성장지원 공간인 ‘유-스페이스(U-Space)’를 마련하고 핀테크 기업의 임대료와 인건비 지원에 나섰다. 전라북도는 한국핀테크지원센터와 업무협약을 맺고 핀테크 창업기업 발굴과 성장 지원에 나섰고, DGB금융지주는 지방 금융지주사로는 최초로 핀테크 스타트업 지원센터 ‘피움(FIUM) 랩’을 대구에 마련했다.

핀테크 업계 역시 지방 소비자까지 고객군을 확보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김 회장은 "아직 한국 핀테크가 초기 단계이다 보니 수도권 위주로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면서도 "지금은 지방 소비자까지 신경쓸 수 있는 규모의 핀테크 기업이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지방 소비자까지 고객군을 넓혀야 한다는 것을 모든 기업이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