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병원 이상호 원장이 개인회생 신청을 하는 등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산업은행에서 1400억원 규모 특혜성 대출을 받았다는 의혹에 이어 신한은행에서도 15억원을 담보 없이 대출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상호 원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척추 주치의로 유명해진 뒤 우리들병원을 의료 기업으로 성장시킨 인물이다.

8일 금융계에 따르면, 이상호 원장은 지난 2012년 6월에 신한은행에서 15억원을 신용으로 대출받았다. 10개월간 매월 1억5000만원씩 갚는 조건이었다. 지점장의 승인 권한을 넘는 거액이라 신한은행 본부가 대출을 직접 승인했다.

이 원장이 신한은행에서 대출받은 이유는 산업은행에서 1400억원을 대출받기 위해서였다. 이 원장은 사업가 신혜선씨와 함께 신한은행 대출(260억원)에 연대보증을 섰는데, 산업은행 대출을 받으려면 이 보증계약을 없애야 했다. 이에 따라 이 원장은 신씨에게 20억원을 주고 보증을 풀기로 약속했고, 15억원을 신한은행에서 빌린 것이다. 이 과정에 관여한 당시 신한은행 청담지점장은 '사금융 알선' 혐의로 벌금형을 받고 퇴사했다.

금융계에선 재정 상태가 불투명한 이상호〈사진〉 원장의 거액 대출에 대해 이례적이라고 보고 있다. 산업은행과 신한은행은 "오래전 일이라 정확한 파악이 어렵다"고 해명했다.

금융계에선 두 은행이 이 원장에게 대출해주는 과정에서 담보를 제대로 잡았는지 주목하고 있다. 산은은 2012년 12월 우리들병원에 1400억원을 대출해주면서 앞으로 우리들병원이 벌어들일 매출을 예상해 이를 대출 담보로 잡았다. 당시 산은은 5년간 우리들병원이 8500억원을 벌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우리들병원은 2008년 세무조사와 확장한 병원들의 적자가 겹치면서 경영이 악화됐고, 2011년 자회사인 우리들제약과 우리들생명과학은 각각 91억원과 125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결국 우리들병원은 상환 만기인 5년 동안 빚을 절반도 갚지 못한 채 2017년 남은 빚 800억원의 만기를 연장했다. 신한은행은 15억원을 아예 담보 없이 신용으로만 빌려줬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용도가 불투명한 사람에게 거액을 담보 없이 대출하는 건 일반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대출 심사가 부실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이 원장은 2012년 초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등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 원장의 개인회생 신청 소식은 이미 2012년 4월쯤 언론 등을 통해 공개됐다.

그러나 해당 은행들은 돈 빌리는 사람의 신용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거액을 선뜻 빌려줬다. 한 대형 로펌 금융 전문 변호사는 "인터넷 클릭 한 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신용 정보를 놓친 채 허술하게 대출이 나갔다면 민법 등에 명시된 '선한 관리자의 의무'나 '주의 의무' 등을 위배한 셈"이라고 말했다.

당시 은행장이었던 서진원 전 신한은행장은 2016년 혈액암으로 세상을 떠났고, 한동우 전 신한금융 회장은 "나에겐 보고되지 않아 잘 모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