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건설사들의 브랜드 경쟁이 조경 분야로 확산하고 있다. 해외 유명 조경 디자인 회사와 손잡거나, 조경 설계 자체를 브랜드화해 내놓는 추세다. 입주자 개인이 변화를 주기 어려운 커뮤니티나 조경 등 외부 공간이 아파트 가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부각되는 가운데, 미세 먼지 등 영향으로 자연과 환경을 중시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GS건설이 경기도 하남에 지은 '미사강변 센트럴 자이'단지 내 모습. 정원과 산책로 등을 곳곳에 조성했다.

GS건설은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 4단지를 재건축해 이달 중 분양 예정인 '개포 프레지던스 자이'에서 세계적 조경 디자인 회사 SWA와 협업한 조경을 선보일 예정이다. SWA는 미국 디즈니월드 등 유명 건축물의 조경을 설계한 곳이다. GS건설은 2017년 입주를 시작한 '미사강변 센트럴자이' 설계 때도 니얼 커크우드 하버드대 디자인대학원 조경학과 교수와 협업한 적이 있다. 완충 녹지와 생태 연못 등을 조성한 이 단지는 최근 세계조경가협회(IFLA)에서 주거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대우건설은 지난 3월 푸르지오 브랜드를 리뉴얼하며 커뮤니티 시설과 조경을 연계하는 방식으로 조경 설계를 바꿨다. 단지 안에 숲과 뜰을 조성하고 카페나 숲속 영화관 등 커뮤니티 시설을 넣는 방식이다. 삼성물산은 필로티 공간을 활용해 동별 개인 정원을 조성하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은 아웃도어 조경 설계 개념을 아파트 단지에 적용했다. 단지 내 중앙광장에 다양한 크기의 둔덕과 터널 형태의 구조물을 만들어 휴식과 놀이, 운동을 할 수 있게 했다.

공공 아파트도 기존의 부정적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조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최근 자체 조경 브랜드 '시그니처 가든'을 개발하고 있다. '휴먼시아' 등 기존 LH 아파트 브랜드가 좋은 평가를 얻지 못하자 조경을 내세워 이미지 변신에 나서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조경을 잘한 아파트가 고급 아파트'란 인식이 강해지면서 재건축과 재개발 정비 사업 수주에도 조경 설계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