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약 100조원에 이르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중점 관리하겠다고 발표하자 금융투자업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각 증권사는 부동산PF 규제 강화로 성장 여력이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자기자본 대비 채무보증의 100% 한도 신설만을 놓고 봤을 때 증권사의 부동산PF 영업 여력은 상당 부분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이남석·유승창 KB증권 연구원도 "일부 증권사는 채무보증 규모가 자기자본 대비 100%를 상회하면서 익스포져(위험에 노출된 금액) 축소 압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지난 6월 말 기준 부동산PF를 포함한 국내 증권사의 채무보증 규모는 42조4000억원으로 자기자본(58조4000억원)의 72.7%에 달한다. 자기자본 대비 채무보증 비율은 메리츠종금증권(211.5%)·한국투자증권(94.7%)·NH투자증권(68.6%)·삼성증권(51.0%)·미래에셋대우(38.8%) 순으로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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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은 자기자본 대비 채무보증 비율이 높고 부동산PF를 IB 부문 주요 성장동력으로 사용한 메리츠종금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목표 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삼성증권은 한국금융지주와 메리츠종금증권의 목표주가를 각 9만원, 4500원으로 14.3%, 18.2%씩 내렸다. 대신증권도 한국금융지주 목표주가를 9만원으로 잡았다.

장 연구원은 "메리츠종금증권 부동산PF 우발채무 규모는 당사 추산 7조원에 달하는데 이는 자기자본 대비 192%다. 익스포져와 관련 수익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위험계수 상향, PF대출 신용공여 추가한도 취급 제외 등 여러 규제로 앞으로 추가적인 영업 확장에는 제약이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다만 "상대적으로 부동산PF 비중이 낮은 미래에셋대우와 NH증권이 받을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했다.

이남석·유승창 연구원도 "메리츠종금증권은 여신자산 18조4000조원 중 채무보증 규모(7조7000억원)가 41.8%로 높은 비중이 차지하고 있다"며 "수익 60% 이상이 부동산PF 사업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메리츠종금증권 실적과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금융지주는 저가매수 접근을 추천했다. 두 연구원은 "한국투자증권은 여신자산 13조4000억원 중 채무보증 비중이 32.3%로 타 증권사보다 상대적으로 크지 않고 부동산PF를 제외한 IB와 트레이딩 실적 기여도도 높다"면서 "한국투자증권을 제외한 비(非)증권계열사 이익 기여도가 높아졌기 때문에 이번 규제 발표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주가의 결정적인 변수로 보기엔 어렵다"고 했다.

앞서 지난 5일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 금융감독원은 부동산PF 건전성 관리 방안을 확정했다. 증권·보험·여신전문금융사(여전사)를 중심으로 부동산PF에 대한 채무 보증, 대출 등 위험 노출 규모가 급격히 늘자 부실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이다. 방안에 따르면 내년 2분기(4~6월)부터 증권사의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PF 채무 보증 한도를 100%로 설정하고, 카드·캐피털 등 여전사는 부동산PF 대출과 채무 보증의 합계를 여신(대출)성 자산의 30% 이내로 제한한다. 여전사에는 부동산PF 대출과 같은 비율로 대손충당금을 적립하도록 했다.

부동산PF 규제 강화 방안이 발표되자 지난 6일 메리츠종금증권은 전 거래일보다 11.07% 떨어진 3695원에 장을 마쳤다. 메리츠종금증권 주가가 3600원 선으로 주저앉은 건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이다. 키움증권(-3.24%)·한국금융지주(-3.15%)·NH투자증권(-1.61%)·대신증권(-1.26%)·삼성증권(-0.96%)·미래에셋대우(-0.55%)도 일제히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