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6년 만에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37명의 사내·외 후보자가 서류심사와 평판조회를 받고 있는 가운데 외부 인사로는 노준형 전 정보통신부 장관과 정동채 전 문화관광부 장관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 출신이자 ‘황의 법칙’으로 유명한 황창규 현 회장의 중량감을 감안할 때 차기 회장이 누가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KT 기획실장 출신 김태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이 이달 초 사의를 표하는 등 후보자 모두 최종 1인에 선정되기 위해 전력투구하는 분위기다.

KT는 2002년 민영화됐지만 최고경영자(CEO) 선임 때마다 ‘낙하산’ 논란이 불거졌다. 아직까지 청와대가 개입한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지만 ‘보이지 않는 손’의 힘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KT 안팎의 기류다.

노 전 장관과 정 전 장관이 주목받는 이유는 노무현 정부 시절 각료를 지냈다는 점이다. 때문에 이들은 자천타천으로 유력 회장 후보로 거론된다. 재계 12위 통신그룹 KT를 이끄는데 연륜과 경험은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다. 다만 급변하는 ICT(정보통신기술) 산업에서 기업 경험이 전혀 없는 인물이 경영을 잘할 수 있을지는 따져볼 일이다.

황 회장 부임 후 KT는 에너지, 커넥티드카 등 다양한 신사업 발굴에 나섰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B2B(기업대기업)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KT의 실적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올해 1~3분기 영업이익은 685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3% 이상 감소했다. KT는 내년 이후 본격화되는 5G(5세대) 이동통신 시대에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경쟁사에 맞서 수익성 회복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KT 지배구조위원회는 후보자 명예 보호와 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해 누가 회장 공모에 참여했는지 공개하지 않았다. 위원회가 후보자를 추리고 나면 회장후보심사위원회와 이사회를 거쳐 이달 말쯤 최종 회장 후보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KT 주주들은 차기 회장이 KT의 성장을 위한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부진한 실적에서 벗어나 내실 있고 탄탄한 국민 기업으로 거듭나길 기대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KT 차기 회장은 경영 능력이 탁월한 인물이 맡는게 바람직하다. 올 연말 재계에는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KT 차기 회장 역시 KT가 빠르고 날렵한 혁신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채찍질할 수 있는 유능한 인물이 되길 바란다. 그래야 ‘낙하산’ 인사와 ‘우울한 올드보이의 귀환’이라는 논란을 잠재우고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데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