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산업은 기존 산업과 이해충돌을 빚을 가능성이 있지만 신산업을 마냥 막을 수도 없고, 막아서도 안 된다. 이해는 조절하면서 신산업은 수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이낙연 총리, 승합차 호출서비스 타다 불법기소 사흘 후 지난달말 국정현안점검 회의)

"수 년전 위챗(중국판 카카오톡)이 등장했을 때 찬성하지 않는 목소리가 매우 컸지만 우리는 이같은 목소리를 감당하면서 먼저 해보고 다시 규범화하기로 결정했다. 낡은 방식으로 규제를 했다면 오늘의 위챗은 없었을 것이다."(리커창 중국 총리 2017년 6월 국무원 각료회의)

별차이 없어 보이는 두 나라 총리의 산업혁신 관련 발언을 비교해본 건 신산업으로 꼽히는 승합차 호출 서비스 타다에 대한 우리 당국의 행보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7월 타다를 택시제도에 편입시키는 방안 초안을 발표했고, 지난 달엔 검찰이 타다를 불법 기소했다. 최근엔 국회에서 일명 '타다 금지법'(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처리가 일사천리로 진행중이다. 앞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통과해 법안이 공포되면 타다는 1년 6개월 후 달릴 수 없게 된다. 지난해 10월 시작된 새 모빌리티 서비스 실험이 멈출 처지가 된 것이다.

반면 중국에서는 위챗이 모바일 메신저를 넘어 11억명의 가입자들이 전자상거래도 하고, 콘텐츠도 접하는 모바일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타다의 아버지격인 중국판 우버인 디디추싱은 4억 5000만명의 가입자를 두고 매일 평균 2500만건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모빌리티 회사로 컸다.

이낙연 국무총리(왼쪽)가 리커창 중국 총리와 지난 3월 중국 보아오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9 보아오(博鰲) 포럼' 연차총회 개막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무엇이 두 나라 혁신의 차이를 만들었을까. 흔히 공산당 일당 독재 중국의 국가지배구조 덕으로 보는 해석이 있다. 중국은 당이 지배하는 나라다. 입법 행정 사법 위에 당이 있다. 권력의 견제와 균형을 보장하는 3권분립은 형식으로만 존재할 뿐이다. 행정부인 국무원, 국회에 해당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나 사법당국인 인민법원이 당을 견제한다는 건 상상할 수 없다.

당 서열 2위인 리커창(李克强)총리의 발언이 무게감을 갖는 배경이다. 리 총리는 신산업에 대해 '포용의 태도'를 가지라는 주문을 틈날 때 마다 했고, 이는 규제 당국의 가이드라인으로 집행됐다. 당 지도부는 국민투표로 선출되는 게 아니라 표를 의식해 산업혁신을 주저할 일도 없다. 게다가 전문화되고 고도화된 행정서비스를 한시라도 빨리 제공하는 게 산업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통치 권력이 강한 지배구조가 적합해보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국가권력의 남용을 막고 개인의 자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3권분립이나 민주선거 체제를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홍콩 사태에서 보듯 과도한 정부권력이나 직접 민주선거가 없는 곳에선 인권 보장이 힘들다.

지배구조 자체가 국가의 혁신성을 좌우할 수는 없다. 오너의 권력이 강한 기업이 혁신에 성공해 지속 성장하기도 하지만 몰락하기도 하듯 국가 역시 마찬가지다. 산업혁신과 궁합이 맞는 국가의 조건은 정부가 견제받지 않는 ‘힘’을 갖고 있는지에 달려있지 않다. 혁신이 가져올 이해관계의 충돌을 조율하는 ‘용기’를 가졌느냐에 있다.

긴 세월의 틀 속에서 국가 전체의 편익을 바라보는 통찰과 이를 기반으로 한 정책 집행을 통해 ‘표'라는 눈앞의 편익을 버릴 수 있는 용기 말이다. 이낙연 총리의 말대로 이해를 조절하면서 신산업을 수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타다 사태는 지금 정부에게 그런 지혜를 ‘집행’할 용기가 있는지를 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