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보, 우리금융 잔여지분 매각 위해 글로벌 투자자들과 미팅
우리금융 주가 계속 낮아져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쉽지 않아
예금보험공사가 우리금융지주 잔여지분 매각을 위해 해외투자자를 직접 만났다. 금융지주가 해외에서 열리는 투자자 미팅에 참여하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공공기관인 예보가 직접 움직이는 건 이례적이다. 예보와 금융당국은 내년부터 3년에 걸쳐 우리금융 잔여 지분을 매각할 계획인데 이를 위해 해외투자자의 반응을 미리 살피기 위한 차원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손형수 예보 상임이사는 지난달 19일부터 23일까지 싱가포르에서 열린 모건스탠리 서밋 미팅에 참석해 해외투자자와 1대1 미팅을 진행했다. 예보는 "우리금융의 최근 경영실적을 소개하고, 예보가 보유한 우리금융 잔여지분 매각 로드맵을 설명하는 자리였다"고 밝혔다.
이번 미팅에서 예보가 만난 해외투자자는 미국의 대형 자산운용사인 피델리티를 비롯해 달튼인베스트먼트, 훅스캐피탈파트너스, 발야스니애셋매니지먼트 등이다. 미국과 홍콩, 싱가포르 등에서 활동하며 아시아 시장에 주로 투자하는 투자자 위주로 미팅을 진행했다.
예보가 보유한 우리금융 잔여 지분은 17.3% 정도다.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금융회사 구조조정 과정에서 12조8000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이후 지분매각 등을 통해 공적자금 11조1000억원 정도를 회수했고, 1조7000억원 정도만 더 회수하면 되는 상황이다. 금융위원회와 예보는 내년부터 3년간 우리금융 잔여지분을 매각해 공적자금을 모두 회수한다는 계획을 지난 6월 발표했다. 발표 당시 금융위는 "잔여지분을 조속하고 완전히 매각해 공적자금 회수와 민영화를 빠른 시일내 마무리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 우리금융 주가가 계속 하락하고 있어 예보의 잔여지분 매각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부가 공적자금을 100% 회수하려면 산술적으로 우리금융 주가가 1만3800원 정도는 돼야 한다. 금융위가 잔여지분 매각 로드맵을 발표한 6월에만 해도 우리금융 주가가 1만4000원 언저리여서 별문제가 없어보였다. 그런데 7월 중순 이후 주가가 뚝뚝 떨어지며 지금은 1만1000원대까지 낮아진 상태다. 금융위는 대규모 투자자를 대상으로 경쟁입찰을 할 계획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의 주가가 다소 낮은 건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주가가 계속 하락하면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라는 우리금융 민영화 3대 원칙이 무너질 수 있다.
지난달 예보가 만난 해외투자자들도 우리금융의 낮은 주가에 질문을 쏟아냈다. 현재 우리금융지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4배 수준이다. PBR은 주가를 주당 순자산가치로 나눈 비율이다. 일반적으로 이 비율이 낮을수록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고 본다.
예보에 따르면, 해외투자자들은 우리금융의 주가가 낮은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매각에 나서는 이유를 궁금해했다. 또 한국 은행업과 우리금융의 순이자마진(NIM)이 하락하고, 대출성장률도 낮아지는 등 은행 수익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우리금융 주가가 반등할 여력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질문도 이어졌다고 한다.
주가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해외에서 대규모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어떤 투자유인을 준비하고 있는지도 관심사였다. 금융위는 대규모 투자자에게 사외이사 추천권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금융 주가가 계속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은행 수익성에 물음표가 붙는다면 예보와 금융당국이 투자자에게 더 많은 투자유인을 제공해야 된다.
예보는 이번 모건스탠리 서밋 미팅 외에도 글로벌 투자자가 모이는 행사에 몇 차례 더 참가한다는 방침이다. 내년 상반기 중 진행될 첫 지분매각을 앞두고 글로벌 투자자에 우리금융 매각 계획을 알리기 위해서다. 다만 지금같이 낮은 주가가 계속될 경우 매각물량이나 시기 등이 달라질 수 있다고 금융권에서는 예측하고 있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예보가 보유 잔여지분은 공적자금회수 극대화라는 측면에서 현재의 낮은 주가에서는 매각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