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 이후 대전 유성구와 경기도 과천, 부산 해운대·수영구 등의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규제 지역을 피하려는 투자 수요가 몰리며 엉뚱한 곳의 집값이 오르는 것이다. 정부가 언제라도 추가 규제 지역을 지정할 수 있다고 밝힌 만큼 분양가상한제 여파가 경기도와 지방까지 미칠지 수요자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21일 분양가 상한 적용 지역에서 빠진 서울 동작구의 한 아파트 단지.

9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4일부터 이달 2일까지 경기도 과천 아파트 매매가는 3.68% 올라 전국 시·군·구 중 상승률 1위를 차지했다. 대전 유성구는 2.24%로 그 뒤를 이었고, 부산 해운대구와 수영구도 각각 2.12%, 2.02% 올랐다. 같은 기간 전국은 0.33%, 서울은 0.44% 상승했다.

이들의 경우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는데다 조정대상지역 등 정부 규제 영향에서도 벗어나 있다. 현재 국토교통부가 지정한 조정대상지역은 서울 전역 25개 자치구와 경기 과천‧성남‧고양‧남양주‧용인 수지‧용인 기흥‧수원 팔달, 세종 등 39개 지역이다. 특히 부산 해운대구와 수영구의 경우 지난달 6일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됐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서울 투자 수요가 분양가상한제를 피해 경기도나 지방으로 이동해 최근 풍선효과가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국토부는 시세가 급격하게 변하는 지역을 주시하면서 추가 규제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9월부터 "이상 과열이 확인되면 즉각 규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도 최근 "집값이 과열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판단되는 즉시 부동산 규제를 추가로 내놓겠다"고 했다.

정부가 가장 먼저 꺼내 들 수 있는 카드는 분양가 상한제 확대다. 지난달 6일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 발표 당시 국토부는 서울 27개 동을 상한제 지역으로 지정했다. 당시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경기 과천이나 광명 등 집값이 급등하는 지역이 빠졌다고 지적했다. 이런 지역과 더불어 마포·성동구 등 주택시장이 여전히 안정되지 않은 지역도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으로 추가 지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뿐 아니라 지방도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대전이나 대구 등이 그런 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대전의 경우 세종시에 입주 물량이 많다는 점을 인식한 투자자들이 대체 투자 지역으로 판단하면서 유성구를 중심으로 집값이 들썩이고 있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현재 상한제나 조정지역 등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다 보니 투자수요가 대전으로 몰렸다"며 "내년에도 집값 상승세가 유지될 경우 정부에서 대책을 마련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 있는 대구 수성구나 최근 조정대상지역에서 빠지면서 집값이 급등한 부산 해운대구·수영구 등의 집값이 장기간 상승한다면 분양가상한제 지역으로 추가 지정될 가능성도 있다. 이들 모두 주변 지역의 집값을 자극할 수 있는 지역으로 정비사업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반적으로 가격이 오른 지역들은 다 추가 규제를 할 가능성이 있다"며 "투기과열지구나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을 추가로 지정해 ‘핀셋 규제'를 확대하는 식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