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대표이사와 임원 자리에 1970년대생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인슈어테크와 빅데이터 등 새로운 디지털 환경이 다가온 데 따른 변화다. 보험상품의 주기는 한 사람의 생애주기와 맞먹는 탓에 보험사 대표이사와 임직원의 연령대는 통상 다른 산업 대비 높은 편에 속했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1970년대생 보험사 대표이사 대열에 정영호 캐롯손해보험 대표(47)와 최원진 롯데손해보험 대표(46)가 진입했다. 정영호 대표는 1972년생, 최원진 대표는 1973년생이다. 지금까지 1970년대생 보험사 대표이사는 지난 2017년 선임된 이재원 푸본현대생명 대표(47)가 유일했다.

정영호 캐롯손해보험 대표이사, 최원진 롯데손해보험 대표이사, 이재원 푸본현대생명 대표이사

보험사의 임직원 평균 연령도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특히 평균 연령대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던 생명보험사들의 연령대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9월 기준 삼성생명·교보생명·한화생명·NH농협생명·미래에셋생명의 평균 임원 나이는 약 54세였다. 지난해 평균 임원 나이 54.06세보다 소폭 낮아졌다.

10대 보험사 중 최연소 임원은 한화그룹 오너 3세인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였다. 김승연 전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으로, 현재 한화생명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한화생명에서 디지털혁신실장 겸 혁신TF팀장을 맡고 있는 엄성민(43세)상무도 40대다.
오너가(家)가 아닌 임원으로 가장 나이 어린 임원은 이달 선임된 롯데손해보험 경영기획실장 겸 디지털그룹장인 양재승 상무(40세)다. 종전까진 오렌지라이프에서 보험설계사(FC) 영업전략부문장을 맡고 있는 김범수 상무(41세)가 가장 젊었다.

40대 임원들이 맡고 있는 분야도 점차 다양해지는 추세다. 디지털 전략이나 영업전략 부문에 젊은 임원이 눈에 띄었다면 최근엔 법무부서나 브랜드 전략부, 신사업부 등으로 퍼지고 있다. 보험사 관계자는 "최근 한화생명에 특히 젊은 임원이 늘고 있다. 각종 태스크포스(TF)팀장 자리를 40대에게 맡기는 추세"라고 했다.

일부에선 내년 3월까지 보험사 대표이사와 임직원들의 인사시즌이 막을 내리면 연령대가 더 젊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디지털 전략 강화로 점점 젊은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임직원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 대표 장수 CEO였던 차남규 한화생명 부회장(65)이 퇴임을 밝힌 데다, 40대 대표이사가 자리잡은 보험사의 경우 전체적으로 임원들의 나이가 어려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는 변화가 느린 조직이지만, 인슈어테크나 빅데이터 등 새로운 디지털 환경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점차 평균 연령대도 어려지고 있다"면서 "하지만 안정적인 운용 등 연륜도 무시할 수 없는 산업이 보험산업이라 그 속도는 다른 산업군 대비 늦은 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