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시행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회계업계와 금융당국이 전·당기 감사인(회계법인) 간 갈등 해소 방안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내년 1월 회계 기말 감사 기간 전까지 이르면 이달 안, 늦으면 내년 1월 초 중에 갈등 해소에 기여할 수 있는 방침을 발표할 예정이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는 기업이 6년간 감사인을 자유 선임하면 이후 3년간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감사인을 지정하는 제도로 내년부터 시행된다.

업계는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가 시행되면 전·당기 감사인 간 의견 충돌이 빈번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당기 감사인이 전임 감사인에게 재무제표 정정을 요구해도 전임 감사인은 이에 잘 동의하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오류가 있어 정정하면 전임 감사인은 금융당국의 감리를 받을 수 있다. 전·당기 감사인은 정정 요청과 관련해 ‘판단의 차이’ ‘회계상 추정의 차이’ 일 수 있다며 서로 의견을 잘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이 12일 여의도 코스닥협회에서 열린 회계개혁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지난 5월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상장사가 감사인을 변경할때 재무제표 정정비율이 46.0%에 달했다. 새로 회계감사를 맡게 된 당기 감사인은 감리 등에 걸리지 않기 위해 이전 재무제표도 최대한 보수적으로 살펴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본격적으로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가 시행되면 전·당기 감사인 간 갈등이 더욱 수면위로 떠오를 것"이라고 했다.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도 지난달 12일 신(新)외부감사법 공포 2년을 즈음한 회계개혁 간담회에서 "회계 현장에서는 전·당기 감사인 간 갈등 해소가 가장 뜨거운 숙제"라고 말했다.

업계와 당국에서는 금감원 등에서 정정 요청에 동의한 전임 감사인에 대한 감리 수준을 완화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전임 감사인이 당기 감사인이 요청한 정정안에 대해 기존보다 수월하게 동의해줄 수 있게 된다.

여기에 추가로 ‘회사(기업)의 동의를 전제로’ 정정하는 조건을 넣는 방안도 같이 거론되고 있다. 전임 감사인이 당기 감사인의 정정 요청을 다 들어주면 감사받은 기업과 투자자는 혼란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당기 감사인이 전임 감사인 측에 재무제표 정정을 요청하면 정정 용의가 있는 전임 감사인은 회사의 동의를 받은 후 정정하는 식이다.

또 당기 감사인이 정정 요청을 해도 전임 감사인이 끝까지 정정 동의를 안해주면 이전 재무제표를 정정하지 않아도 금융당국이 고려해주는 방안도 언급되고 있다. 금융위는 전·당기 감사인 간 갈등 해결 보완책이 마련되면 일부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2일 한국회계학회가 주최한 회계개혁 관련 학술포럼에서도 회계업계와 금융당국은 전·당기 감사인 간 갈등 해법을 주요 주제로 다뤘다. 이날 김선문 금융위 기업회계팀장은 "충분한 기록을 쌓아야 한다"고 했다. 금융당국은 전·당기 감사인과 회사가 협의하는 자리에서 어떤 식으로든 기록을 남기면 감리할 때 양해해주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