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에 거래되는 뿔 때문에 자행되는 코뿔소 밀렵을 첨단 기술을 이용해 막으려는 시도가 벌어지고 있다. '진짜 뿔'과 성분과 외양이 유사한 '가짜 뿔'을 만들어 대체품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진짜 코뿔소 뿔 조직의 단면(A와 C)과 인공 코뿔소 뿔 조직의 단면(B와 D)을 비교한 사진. 가는 실 뭉치와 비슷한 모양이 서로 닮았다.

영국 옥스퍼드대와 중국 푸단대 연구진은 말 꼬리털을 주재료로 인조 코뿔소 뿔을 만들었다고 최근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공개했다.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서식하는 코뿔소는 세계적 '멸종위기종'이다. 아프리카에 약 2만4500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지난해 892마리가 밀렵으로 희생됐다. 뿔이 장식품이나 민간 약재로 인기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코뿔소의 뿔이 사슴이나 소의 뿔과 달리 각질화(角質化) 된 섬유가 모여 만들어졌다는 점에 착안했다. 연구진은 "코뿔소 뿔은 사실 굳어진 코털 다발"이라며 "코 피지선에서 나온 분비물이 접착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생물학적으로 코뿔소의 친척뻘인 말의 꼬리털로 '가짜 코뿔소 뿔'을 만들었다. 깨끗이 씻은 말 꼬리털을 단단하게 묶은 뒤 콜라겐이 함유된 액화 실크 혼합물과 셀룰로스 등의 성분을 넣고, 오븐에서 건조했다. 딱딱하게 굳은 말 꼬리털은 코뿔소 뿔 모양으로 연마했다. 수일이면 길이 10㎝ 정도 되는 뿔을 만들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샌프란시스코의 바이오테크 기업 펨비언트가 개발 중인 인공 코뿔소 뿔.

연구 결과, 이렇게 만들어진 '가짜 뿔'은 육안뿐 아니라 현미경으로도 '진짜 뿔'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유사했다. DNA(유전자) 검사를 하지 않는 이상 가짜 뿔과 진짜 뿔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멸종위기종을 보호하기 위해 인조 코끼리 상아 등을 만드는 미국의 생체공학 회사 '펨비언트'는 이 기술을 이용한 '인조 뿔' 생산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진짜 같은 인조 뿔을 유통하면 진짜 코뿔소 뿔의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에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오히려 수요를 늘릴 수도 있고, 사람들의 인식이 변하지 않는 한 부유층은 믿을 만한 공급처에서 어떻게든 진짜 뿔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