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명품 전문 매장 고메효 직원이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이용해 루이비통 가방을 감정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이 이제 '짝퉁(모조품)' 제품을 걸러내는 데에도 동원된다. 모조품의 품질이 날로 정교해지고 모조품 시장 규모도 5000억달러(OECD 통계)까지 커지면서, 도저히 사람의 눈으로만 구별해내기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중고 명품 전문매장 고메효(コメ兵)는 최근 루이비통 등 명품 제품의 진위를 구별하는 AI 프로그램 개발을 완료해 연내 나고야 본점에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경력 10년 이상인 전문 감정사 300명이 명품의 진위를 구별하기 위해 다섯 번에 걸쳐 감정을 실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를 통해 매년 사들이는 중고 명품만 140만 점에 달한다. 하지만 최근 해외 진출을 고려하면서 "숙련된 감정사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계산에 AI 개발에 나섰다.

원리는 이렇다. 먼저 감정사가 카메라로 상품 전체를 촬영하고, 현미경으로 실밥과 모델 번호까지 낱낱이 찍는다. 이 사진을 AI가 실제 명품 표본 데이터와 대조해 판정한다. 판정 결과는 '리얼(real·진짜)', '페이크(fake·가짜)', '홀드(hold·보류)' 3단계로 표시된다. 홀드는 'AI가 판독을 못 하니 전문가가 감정하라'는 의미다. 고메효 측은 "기존에 5분 정도 걸리는 작업이 이제 10초면 끝난다"며 "정확도는 97% 수준이며 내년까지 99%를 달성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일본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 메루카리(mercari)도 AI로 모조품으로 의심되는 물품을 잡아낸다. 판매자가 홈페이지에 상품 설명과 영수증, 보증서 등을 올리면 프로그램이 이를 판독한다. 모조품으로 의심되면 판매자가 직접 자료를 갖춰 소명해야 한다.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도 비슷한 방법을 쓴다. 일명 '프로젝트 제로'다. 아마존 내 상품 정보 50억 건을 머신러닝(기계학습)으로 습득해 모조품 혐의가 있는 물품을 자동으로 배제한다. 올해 미국·영국·프랑스·독일 등에 시범 도입된 이 프로그램으로 잡아낸 모조품은 9000만 건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