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구조 줄인 만큼 가격 경쟁력 강화
주문한 만큼만 생산…효율적인 재고 관리 가능

웅진식품은 지난 2015년 국내 탄산수 시장 진출 전략을 구상했다. 당시 시장은 롯데칠성음료 ‘트레비’와 한국코카콜라 ‘씨그램’이 양분하고 있었다. 웅진식품 경영진은 두 업체와 슈퍼 등 똑같은 유통 채널에서 경쟁하면 승산이 없다고 판단, 오프라인 매장이 아닌 온라인 몰에서만 탄산수를 판매했다. 고객이 집 밖에선 트레비와 씨그램을 사서 먹겠지만, 두 제품보다 저렴하면서도 양이 많은 탄산수를 온라인 몰에 내놓으면 집에선 웅진식품의 탄산수를 구매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웅진식품의 온라인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웅진식품이 2015년 출시한 온라인 전용 탄산수 ‘빅토리아’의 판매는 해마다 늘었고, 올해 상반기에는 2100만병을 판매했다.

◇ "오직 온라인으로만 판매한다"

국내 식품업계에 온라인으로만 제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온리(on-line only)’ 전략이 인기다. 과거 제품을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에 동시에 판매했다면 이제는 제품 특성, 시장 상황에 따라 온라인으로만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대상의 온라인 전용 브랜드 ‘집으로ON’의 ‘팔선생 볶음밥’.

온라인 온리 전략의 최대 강점은 가격 경쟁력이다. 유통 구조를 줄인 만큼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하는 제품보다 가격을 낮출 수 있다. 온라인으로 제품을 판매한 후 소비자 반응을 확인하면서 제품을 보완해 새롭게 출시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오랜 기간 제품 개발을 고민하는 비효율적인 연구개발(R&D)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제품 출시 시기도 앞당길 수 있다. 또 소비자 반응이 좋으면 오프라인 매장으로 판매망을 넓힐 수 있어, 굳이 처음부터 많은 비용을 들여가며 오프라인 매장에 제품을 내놓을 필요가 없다.

국내 식품업체 중 온라인 전용 브랜드를 가장 먼저 선보인 기업은 대상(001680)이다. 대상은 2017년 온라인 전용 브랜드 ‘집으로ON’을 론칭했고, 현재 밥·국·만두·커피 등 80여종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집으로ON 인기 제품인 ‘팔선생 볶음밥(1인분 230g)’을 보면, 잡채, 해물, 소고기, 새우 볶음밥 각각 3개(총 12개)를 기획한 제품이 1만9900원에 판매되고 있다. 1개 제품당 약 3320원인 셈이다. 대상 관계자는 "유통 비용을 최소화한 집으로ON은 가격은 저렴하지만 그렇다고 품질이 떨어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며 "집으로ON 브랜드는 오프라인과의 차별화를 핵심 경쟁력으로 한다"고 말했다.

대상의 집으로ON 브랜드 매출은 2017년 30억원에서 지난해 110억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대상은 올해 집으로ON 매출이 2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앞으로 도시락, 시리얼 등 제품 카테고리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 고객 요구만큼만 제조…효율적인 재고 관리 가능

삼양식품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불타는 고추짜장 라면’.

‘라면 명가’ 삼양식품(003230)은 제품 특성을 고려한 온라인 온리 전략을 펼치고 있다. 무조건 슈퍼, 대형마트 등에 제품을 공급하는 게 아니라 제품 특성, 소비자 성향 등을 고려해 온·오프라인 판매 전략을 기획한다.

삼양식품은 회사 대표 라면인 ‘불닭볶음면’보다 2~3배 매운 ‘핵불닭볶음면’을 온라인에서만 판매하고 있다. 너무 매워 마니아들만 구매하는 라면을 굳이 오프라인 매장에 제품을 공급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서다.

지난 10월에는 온라인 전용 브랜드 ‘페퍼밀’을 출시했다. 이를 통해 ‘불타는 고추짜장 라면’ ‘불닭볶음김치’ 등 온라인 전용 제품을 출시했고, 조만간 ‘불타는 짬뽕 라면’을 선보일 예정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매운맛은 호불호가 갈리기 때문에 소비자 반응을 본 후 마케팅에 나서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라고 말했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온라인 전용 브랜드는 고객이 주문한 만큼만 만들어 판매하기 때문에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하는 것 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재고 관리를 할 수 있다"며 "유통 구조를 줄여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제품 폐기로 인한 비용 부담도 적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