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홍 GS건설 사장과 김창환 대우건설 전무, 최승남 호반그룹 총괄부회장.(왼쪽부터)

연말 건설업계 인사에 ‘신사업’이라는 키워드가 새로운 트랜드로 부상하고 있다. 경기를 많이 타는 건설업계는 그동안 경기가 안 좋을 때는 안정적인 사업 관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관리형’ 인사를 발탁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올해는 앞으로의 먹을거리를 만들어낼 인사가 잇따라 중용되며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임원인사를 단행한 GS건설, 대우건설, 호반그룹 등이 신사업 담당 임원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GS건설은 허창수 회장의 아들인 허윤홍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허 사장은 지난해 말 부사장으로 승진한 이후 GS건설의 신사업추진실장을 맡아 먹을거리를 발굴했다. 사장에 오르고서도 신사업부문 대표 겸 사업관리실장을 맡을 예정이다. 오너 4세가 신사업을 이끄는 것은 앞으로 기존 사업보다 신사업에 더 큰 힘이 실릴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GS건설은 공장에서 주택을 제조해 현장에서 조립만 하는 주택 모듈과 스마트팜, 인공지능(AI) 사업 등을 신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베트남 나베신도시 프로젝트를 통해 호찌민 7군 지역에 6만8000여명이 거주하는 신도시를 조성하는 개발사업도 진행 중이다. 허 사장이 이런 아이템 중 사업성을 낼 만한 신사업을 추려내 구체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가‘신사업과 체질개선’을 목적에 둔 인사를 추진해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우건설 역시 신사업에 중점을 둔 인사를 단행했다. 대우건설은 신사업본부 안에 개발사업팀과 베트남 개발사업팀을 신설했다. 특히 주택사업과 재무를 책임지던 김창환 전무가 신사업본부장 보직을 맡았다는 점을 눈여겨볼 만하다.

김 전무는 대우그룹 출신으로 현장과 재무 등 주요 요직을 두루 경험했다. 경영관리에 일가견이 있는 인물이 신사업을 꼼꼼하게 챙기며 끌고 나가는 셈이다. 김 전무는 베트남 하노이에서 진행되는 행정복합도시 ‘스타레이크시티’를 포함한 투자개발사업, 리츠(부동산 간접투자 상품) 등을 들여다볼 것으로 전해졌다.

호반그룹은 인수합병(M&A) 전문가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룹 총괄부회장에 최승남 대표를 신규 선임했다. 최 부회장은 우리은행 출신으로 2015년 호반그룹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울트라건설, 리솜리조트(호반호텔&리조트) 등의 M&A를 주도했다. 호반그룹 관계자는 "다가오는 기업공개(IPO)를 대비하고 불확실한 경영환경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인사"라고 설명했다.

건설업계 인사가 이렇게 미래지향적으로 이뤄진 건 국내 민간 주택시장 경기가 갈수록 나빠지고 있어 앞으로의 건설 경기를 낙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내년 국내 건설수주는 올해보다 6% 감소한 140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14년(107조5000억원) 이후 최저치다. 특히 주택 등 민간수주가 전년보다 12.3%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사나 중견사 할 것 없이 모두 미래 성장거리를 고민하기 위한 인사가 이뤄지고 있다"며 "그만큼 현재 영위하고 있는 사업 전망이 불안하다는 얘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