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이 ‘경제 리더십’을 주문한 이후 요즘 사흘에 한 번 꼴로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오전에도 ‘정말 경제는 심리다’라는 제목의 글을 포스팅 했다.

특정 매체 기사를 언급하면서 "경제심리가 개선되고 있다는 분석, 잘 보았습니다"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글은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비자심리지수, 기업경기실사지수 등의 심리 지표 개선을 고무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홍 부총리는 이렇게 썼다.

"정말 ‘경제는 심리’다. 국가경제도 기본적으로는 기초체력과 실력에 이를 둘러싼 ‘환경과 심리’가 더해져 향방이 좌우된다고 볼 수 있다. 결코 낙관하자는 것이 아니다. 어렵다, 어렵다 하면 정말 ‘자기실현적 위기(self-fulfilling crisis)’가 올 수도 있다. 우리 경제주체 모두 힘 합쳐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

‘경제는 심리다’는 게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이 말이 어려워진 경제 현실에 눈을 감는 논리로 ‘오용(誤用)’된다면 얘기가 다르다. 다른 이가 아니라 홍 부총리가 이 말을 즐겨 사용했다는 점이 고민스러운 지점이다. 그는 60대 이상 노인 취업자가 90% 이상을 차지한 취업자 수 증가를 근거로 ‘고용이 개선되고 있다’고 하거나, 감소 또는 정체 상태였던 소득 1분위(하위 20%)의 소득이 7분기 만에 4% 가량 증가한 것을 두고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성과가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고 자화자찬했다.

문득 과거의 경제부총리 또는 기획재정부 장관들은 비슷한 상황에서 어떤 말을 했는지 궁금해졌다.

2003년 카드사태를 헤치고 나온 한국 경제는 2004년 2분기부터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전기비 1% 아래로 뚝 떨어졌다. 당시 이헌재 경제부총리는 기자단 정례브리핑에서 "체감경기 회복까지 1년이 필요하다"(2004년 8월)고 했다. 경기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기준금리 인하, 감세, 재정지출 확대 등을 총동원하기 위해서다. 이 전 부총리의 돌 직구는 여당인 열린우리당발(發) 경기활성화 대책으로 돌아왔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구원투수로 등판한 윤증현 전 기재부 장관은 ‘전략적 인내심’을 강조했다. "경기 회복세가 계속되는 것은 맞지만, 불확실성이 있어 상황을 유의해야 한다"면서 "경제 문제는 조급하게 해결하려고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전년도의 낮은 성장률(0.8%)에 따른 기저효과로 6%대 성장이 예상됐던 2010년 6월에 나온 말이다. 윤 전 장관은 이 말로 위기극복 전열을 느슨하게 할 수 있는 성급한 자화자찬을 차단했다.

한국 경제에 대한 해외 시각을 들여다봐도 낙관론이 설 자리는 없다.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국은행이 올해 한국 성장률을 2.0%, 내년 성장률을 2.3%로 하향 조정했는데, 한국의 성장률이 2년 연속 2.5% 아래를 나타내는 것은 1954년 이후 반세기만에 처음"이라며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는 한국 성장률이 0.7%를 나타냈다가 이듬해 6.5%로 반등하는 복원력을 보였지만, 이번에는 10년 전과 달리 회복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보도했다.

과거 전례를 보나, 해외 시각을 보나, 경제 정책 최고위 당국자의 자화자찬은 합당하지 않다. 어렵다고 인정하는 것이 위기를 부르는 것이 아니라, 정신승리에 가까운 자화자찬이 위기를 파국으로 만들 수 있다. 실패한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집착은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를 갉아 먹고, 경제주체들을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길로 내몰 것이다. 누가 경제심리를 망치고 있는 지 자문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