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메가(M) D램 반도체 개발(1988년), 국산차 1호 포니 출시(1975년), 400억달러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출(2009년)….

국내 산업계·학계 공학 석학들의 모임인 한국공학한림원이 2일 대한민국을 산업강국으로 이끈 주요 100장면을 선정해 발표했다. 산업 분야별 전문가들이 일제강점기부터 지난 2015년까지 100년 동안 지금의 한국 산업을 있게 한 기술 성과 중에서 역사적 의미가 큰 장면을 추려 담았다.

한국 화학섬유 신호탄 '나일론'… 국산차 1호 현대자동차 '포니'… 첫 원자력발전소 고리원전 1호기 - 한국공학한림원은 2일 한국을 산업 강국으로 이끈 주요 100장면을 선정해 발표했다. 위부터 1959년 국내 최초로 '나일론 스트레치사'를 생산한 한국나이롱(현 코오롱) 대구 공장, 1975년 현대자동차가 생산한 국산차 1호 '포니', 1978년 고리 원전 1호기 준공식.

시대별로는 2000년대가 20건으로 가장 많았고, 1970년대(17건), 1990년대(16건), 2010년대(15건)가 뒤를 이었다. 100장면 중 기술·제품 개발 등 산업 관련 장면이 82개였다. 산업 정책제도는 10개 장면이 선정됐다. 공학한림원은 오는 10일 한국 산업을 빛낸 주요 100장면들을 스토리텔링식으로 담은 대중서 '꿈이 만든 나라'(부제 : 대한민국 산업기술 100장면)를 발간한다. 책 내용을 토대로 TV 다큐멘터리도 제작할 예정이다.

◇한국 산업 키운 '세계 최초'들

'100장면'에는 한국이 개발한 '세계 최초' '세계 최고' 제품·기술들이 다수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반도체·석유화학·자동차·기계·통신 등 한국 주력 산업의 뿌리가 됐다. 1970~1980년대 선진국 추격에 나섰던 한국은 1990년대 들어 세계 1위 제품을 쏟아내며 세계 산업계를 이끄는 국가로 자리 잡았다. 1960년 39억5000만달러에 불과했던 대한민국의 GDP(국내총생산)는 지난해 1조7000억달러까지 성장하며 세계 10대 경제 강국이 됐다.

반도체 분야에선 1983년 삼성전자의 64K D램 개발, 1988년 4M D램 개발이 주요 성과로 꼽혔다. 삼성은 1983년 2월 고(故) 이병철 당시 회장이 "일본이 할 수 있는 것은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도쿄 선언으로 D램 사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미국·일본의 견제 속에서도 과감한 투자로 256K D램(1984년), 1M D램(1986년) 등 핵심 기술력을 확보했고, 이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석권했다. 반도체 산업은 한국 수출 1위 분야가 됐다. 공학한림원은 "4M D램 개발은 한국이 메모리 강국으로 부상하는 기틀을 마련하는 기회가 됐다"며 "삼성이 주도한 반도체 신화는 한국 기술의 대표적 승리"라고 평가했다.

1996년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의 세계 최초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상용화는 한국을 세계적인 이동통신 강국으로 키우는 발판이 됐다는 평가와 함께 1990년대를 대표하는 성과로 꼽혔다. 공학한림원은 "CDMA 상용화로 한국은 정보통신 변방에서 주연 국가로 도약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한국은 올해 세계 최초로 5G(5세대 이동통신) 상용화에 성공하며 통신 강국으로 도약했다. 2007년 삼성디스플레이의 세계 최초 AMOLED (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 대량 생산, 2013년 LG전자의 세계 최초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개발은 한국을 디스플레이 최강국으로 이끈 장면으로 꼽혔다.

2012년 대림산업이 1조700억원을 투입해 완공한 총길이 2260m의 현수교 '이순신대교', 2016년 SK건설이 터키에 건설한 5.4㎞ 길이의 세계 최초 자동차 전용 복층 해저 터널은 한국 건설 산업의 위상을 드높인 성과로 평가됐다. 2016년 완공된 국내 최고층(555m) 빌딩인 '롯데월드타워'는 한국 고층 빌딩 역사를 새로 썼다. 같은 해 셀트리온의 세계 첫 항체 바이오시밀러(바이오 복제약) '램시마' 개발은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의 무대를 세계로 넓히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고리 1호기 준공(1978년) 등 한국을 세계적 원전 강국으로 이끈 성과도 명단에 포함됐다.

◇일상을 바꾼 산업 발명품들

국민의 일상을 바꾼 산업 발명도 100장면에 다수 꼽혔다. 미생물 발효로 만든 조미료 '미원'(1962년), 경부고속도로 개통(1970년), 동서식품의 세계 첫 '일회용 커피믹스'(1976년), 오뚜기의 '3분 요리'(1981년), 롯데제과의 자일리톨 껌(2000년)은 각 시대를 대표하는 발명품이 됐다.

한림원은 조선인 토목기술자 최경렬이 설계한 '한강신인도교'(1934년), 조선 과학기술박사 조응천·최황(1928년) 등 해방 이전 산업 발전의 토대가 된 장면들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