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 선 타다...불법 여부 다투는 첫 재판
"이용자, 임차인 아닌 승객" vs "다른 렌터카와 실체 같아"
업계 "새로운 혁신시도 위축" 우려…'타다금지법'도 대기중

승합차 호출 서비스 ‘타다’의 위법 여부를 다투는 첫 공판에서 검찰과 타다 변호인 측이 첨예한 공방을 벌였다. 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재판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이하 여객운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쏘카(타다 모회사)의 이재웅 대표, 타다 서비스 운영사인 브이씨엔씨(VCNC)의 박재욱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1시간 넘게 진행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박상구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이날 재판의 쟁점은 ‘렌터카와 함께 기사를 제공하는 영업’의 불법 여부였다. 검찰은 타다 이용 고객들이 타다 서비스를 렌터가가 아닌 택시로 인식한다는 점을 내세웠고, 타다 변호인은 "다른 렌터카 서비스와 실체가 같다"며 팽팽히 맞섰다. IT(정보기술) 업계 관계자들은 "법상 한계를 정하지 않은 예외조항을 믿고 사업에 나선 국민을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 책임은 정부가 져야 한다"고 했다.

이재웅(왼쪽) 쏘카 대표와 박재욱 VCNC 대표가 2일 서울지방법원에 열린 공판에 참석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렌터카+기사 제공' 쟁점... "이용자, 임차인 아닌 승객" vs "다른 렌터카와 실체 같아"

이날 공판의 핵심 쟁점은 여객운수법 예외 조항을 활용한 렌터카·기사 제공 영업이 불법인지 아닌지 여부였다. 현행법에선 택시 면허가 없는 일반인이 돈을 받고 기사를 제공하는 것이 불법이지만, 타다는 ‘11~15인승 승합차를 렌트할 경우 운전자를 알선할 수 있다’는 여객운수법 예외 조항을 근거로 운전자를 함께 제공하는 렌터카 형식의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검찰은 고객이 타다 서비스를 택시로 인식했다는 점을 파고들어 이 서비스가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차량렌트 사업자가 아닌 유상여객 운송업자로서 서비스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유상여객 운송업은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 장관이 허용하는 면허를 받아야 가능하다.

검찰은 "타다 영업은 혁신적 모빌리티 사업을 표방하나 실제는 결국 콜택시영업에 불과하다. 타다 이용자는 실질적으로 운행을 지배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승객이지, 임차인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또 "타다는 택시의 성격을 띄기 때문에 렌터카 영업에 적용되는 ‘운전자 알선 예외규정’을 똑같이 적용받을 수는 없다. 신사업이라고 하더라도 현행법 테두리 내에서 운영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차량 호출 서비스인 ‘우버' 등도 국토부가 불법으로 판단한 선례가 있다는 것이다.

반면 타다는 예외 조항을 따른 것으로 불법이 아니라는 원칙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기사 알선이 타다 서비스의 핵심인데, 기존 렌터카 업체 중에서도 기사가 포함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있다는 것이다.

타다 측 변호인은 "타다 이용자는 탑승할 때 마다 모바일로 개별 계약을 체결하고, 자동차 임대 계약과 알선 중개 계약서도 모두 존재한다. 모바일 플랫폼 기술을 접목했을 뿐이지 실체는 다르지 않다. 뭉뚱그려 택시와 비슷하다고 하는 것은 비유나 유추에 해당한다"고 반박했다.

업계 "책임 정부에 있어"... 혁신 위축 우려도

IT(정보기술) 업계에선 승객이 타다를 택시로 인식한다고 하더라도 법을 있는 그대로 해석해 사업을 진행한 국민(타다 경영진)을 처벌할 수 없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법상 한계를 정하지 않은 예외조항을 믿고 사업에 나선 국민을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타다 사례처럼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가 범법자로 몰리는 일이 잦아지면 스타트업 업계의 새로운 시도나 도전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법무법인 린의 구태언 변호사는 "검찰의 주장은 여객운수법상 예외허용조항에 따른 ‘자동차대여+기사 알선’이 택시와 외관상 동일하며 이를 법이 허용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택시나 렌탈(렌터카)이나 실질적으로 남의 차를 빌려 타는 것은 똑같고, 이를 근거로 택시라고 판단하는 것은 법을 잘못 이해한 처사란 지적이다.

지난 10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타다 아웃! 상생과 혁신을 위한 택시대동제'에 참가한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조합원들이 타다 퇴출 촉구 구호를 외치고 있다.

그는 "여객운수법상 예외를 믿은 국민(타다 운영진)을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 법을 잘못 만들었다면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정부가 져야 한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법을 어긴 것도 아닌데, 범법자 취급을 당하면 스타트업은 새로운 시도 자체를 할 수 없게 된다"며 "혁신 성장 산업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 포지티브 규제(법률·정책상으로 허용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나열한 뒤 나머지는 모두 금지하는 방식)가 아닌 네거티브 규제(법률이나 정책에서 금지한 행위가 아니면 모두 허용하는 방식)로의 적극적인 전환을 추진해 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날 공판이 진행된 법원 앞에선 서울에서 운행하는 택시기사들로 구성된 ‘타다 불법 국민행동본부' 회원들이 타다 영업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타다는 근로자에게 의무적으로 보장해줘야 할 4대 보험도 가입하지 않은 채 영업을 하는 불법 위장 영업택시"라며 "파견근무 문제로 고용노동부 조사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타다 공판과 별개로 국회엔 이른바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운수법 개정안이 상정돼 있다. 이 개정안은 자동차대여사업자의 운전자 알선을 전면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오는 10일 국토교통위 소위에서 법안이 논의될 전망인데, 이 법안이 본회의까지 통과하면 재판 결과와 관계 없이 타다 영업이 금지된다. 타다 2차 공판기일은 30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