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부동산 시장이 다시 들썩이기 시작한 가운데 용산구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 무산의 책임을 둘러싼 소송전이 마무리되면서 이 지역 부동산 시장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투자 목적인 사람의 경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지난 2012년 4월 1일 오후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 현장에서 환경정화 공사가 진행되던 모습. 같은 해 9월 개발이 중단되면서 환경정화 사업도 함께 중단됐다.

30일 법조계와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대법원 민사1부는 지난달 31일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시행사인 드림허브PFV와 롯데관광개발, 삼성물산 등 20여 개 회사가 코레일을 상대로 제기한 2400억원대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코레일 승소로 판결했다. 1심과 2심 모두 "용산 개발사업을 계속하지 못한 책임이 코레일 측에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코레일의 손을 들어줬고, 대법원이 하급심 판단을 유지했다. 코레일이 다시 개발을 시작할 조건을 갖춘 셈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은 용산역 철도정비창과 서부이촌동 등 41만8000㎡ 규모 부지를 동북아 비즈니스 허브이자 핵심 관광명소로 조성하는 사업이었다. 사업비만 30조원에 달해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으로 불리기도 했다.

발목을 잡았던 소송 문제가 해결되며 용산에서는 개발 기대감이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이촌동 A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집을 보려는 사람들 중 개발 시기에 대한 전망과 가능성도 같이 묻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서도 토지 정화 작업이 다시 시작됐다며 개발 가능성에 대한 갑론을박이 늘었다. 특히 최근 진행된 청약에서 경쟁률이 매우 높게 나오면서 이런 논의는 더 뜨거워졌다. 지난 27일 1순위 청약을 받은 효창동 효창파크뷰데시앙은 최고 경쟁률 341.3대1, 평균 경쟁률 186.8대1을 보이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정작 집값은 아직 잠잠하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1월 넷째 주 용산구의 아파트 값은 0.06% 올랐다. 서울 전체 상승률이 0.11%인 것과 비교하면 집값이 크게 오르지는 않는 모양새다. 실제 개발하는 데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은데다, 정책도 큰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에 매수세가 붙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박원순 서울시장이 용산과 여의도 개발 계획을 언급하면서 이 지역 집값이 급등하는 홍역을 겪은 이후 서울시는 개발에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서울시는 용산차량기지 개발 건과 관련해 4억원짜리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용역 결과는 2021년 중순쯤 나올 예정"이라며 "그전까지 서울시에서 별도로 취할 개발 관련 조치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코레일 역시 2022년부터 2023년까지 부지를 매각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 역시 개발 기대감으로 용산 부동산에 접근할 때는 아니라고 보는 경우가 많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아직은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만 가지고 투자를 하긴 무리"라면서 "하지만 입지가 워낙 좋은 곳인 만큼 실수요자는 당장이 아닌 중장기적으로 투자 가치를 따져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서원석 중앙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장기적으로 용산은 개발이 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부동산 가격이 최근 불안정하게 움직이는 점을 감안하면 투자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