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맥주 영업전문가로 수장 교체
소주 도수 낮추고 광고 흥행 일으킨 원조 모델로 반격

"벌써 잊었냐? 랄라라~"(오비맥주 광고 중)

하이트진로의 맥주 테라와 소주 진로이즈백이 흥행에 성공하자, 점유율을 빼앗긴 롯데주류와 오비맥주가 과거 흥행을 일으킨 옛 광고모델을 소환해 반격에 나섰다. 오비맥주는 OB라거 모델로 1996년 ‘랄랄라’ 춤 돌풍을 일으킨 가수 박준형을 기용했고, 롯데주류는 클라우드 원조 모델인 배우 전지현을 재발탁했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한동안 주류시장에 새로운 강자가 없어 안주하는 분위기였지만, 테라와 진로이즈백이 돌풍을 일으키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긴장감이 팽배하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하이트진로 테라, 오비맥주 카스, 롯데주류 클라우드, 하이트진로 진로이즈백, 롯데주류 처음처럼.

◇ 하이트진로 테라·진로이즈백 열풍에 웃음...롯데주류·오비맥주 역성장

하이트진로는 테라와 진로이즈백 열풍에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49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7.9% 증가했다. 매출은 5291억원으로 5.8% 늘었다. 지난 3월 선보인 테라는 출시 101일 만에 1억 병 판매를 돌파했다. 지난 4월 선보인 진로이즈백은 72일 만에 1000병 이상 판매됐다. 내부 예상치를 웃도는 결과다. 여기에 참이슬도 성장을 이어가며 3분기 별도 기준 소주 판매액이 18.1% 늘었다.

반면 하이트진로에 점유율을 내준 경쟁사는 역성장 중이다. 롯데칠성음료 주류 부문은 일본 불매운동 대상으로 언급되며 올해 3분기 20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작년 3분기 영업손실 120억원보다 확대됐다. 같은 기간 매출은 1640억원으로 전년대비 19.2% 줄었다. 롯데주류는 일본 아사히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지만 '일본 아사히가 롯데주류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소문이 온라인상에 퍼지면서 타격을 받았다.

버드와이저에 속한 오비맥주는 분기 실적을 공시하지 않는다. 버드와이저는 세계 최대 맥주회사 안호이저부시(AB) 인베브를 모회사로 두고 있다. AB 인베브는 동아시아 지역을 묶어 버드와이저 이름으로 홍콩 증시에 상장했는데, 키움증권에 따르면 버드와이저 동아시아(APAC East) 부문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7% 감소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오비맥주의 3분기 국내 맥주 판매량이 최소 15% 이상 감소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 원조 모델로 영광 되찾기 나서...진로이즈백 잡기 위해 소주 도수는 낮게

롯데주류가 클라우드 원조 모델인 전지현을 재발탁한 것은 하이트진로 테라와 오비맥주 카스 사이에서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서다. 전지현은 2014년 클라우드 출시와 함께 단독 여성 모델로 활동했다. 이 광고 효과로 클라우드는 출시 100일 만에 2700만 병(330mL 기준)을 팔았다. 1초마다 3병, 하루에는 27만 병이 팔려나간 셈이다. 롯데주류 측은 "클라우드가 출시된 지 5년 된 상황에서 설현, 김혜수, 김태리 이후 다음 모델을 고민하던 중 일본 불매운동의 피해를 잠식시킬 가장 강력한 모델로 전지현을 재발탁했다"고 설명했다.

롯데주류는 소주 시장에서도 반격을 노린다. 롯데주류는 오는 12월부터 처음처럼의 도수를 17도에서 16.9도로 0.1도 낮춘다. 지난해 4월 17.5도에서 17도로 낮춘 지 1년 8개월 만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진로이즈백이 16.9도 저도주로 인기를 끈 것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며 "17도 미만 제품만 밤 10시 이후 공중파 TV 광고가 가능한 것도 이유"라고 짚었다.

오비맥주도 신제품 OB라거 모델로 가수 박준형을 모델로 재발탁했다. 오비맥주는 최근 10년 이상 근속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또 지난 4월 5.3% 올렸던 카스의 출고가를 10월 들어 다시 4.7% 낮췄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희망퇴직은 매년 노조 요구에 따라 정례적으로 해온 것"이라며 "카스 출고가를 낮춘 것은 내년 종량세 시행에 따른 국산 맥주의 소비 진작 차원의 조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테라 흥행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 벤 베르하르트 신임 오비맥주 사장, 김태환 롯데주류 사장.

◇ 주류 수장들도 긴장...오비맥주는 수장교체

테라와 진로이즈백이 예상보다 큰 성과를 내자 주류 업체 수장들의 입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하이트진로에서 잔뼈가 굵은 김인규 대표는 내년 3월 16일 대표이사 임기가 끝나지만, 테라와 진로이즈백 성공에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1996년 하이트 맥주로 맥주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른 후 2012년에는 오비맥주에 역전당했다. 김 사장은 테라 출시 5년 전부터 연구 개발에 1000억원 투입하고, 전주공장을 테라 생산 전담 공장으로 전환했다. 올해 1월부터는 프로젝트 관리조직 추진팀 출범해 경영체질 개선에 힘썼다. 다만, 아직 공격적인 투자에 따른 투자 비용 회수는 과제로 남아있다.

오비맥주는 2년 만에 수장을 영업전문가로 바꾼다. 오비맥주는 내년 1월 1일 자로 신임 사장에 벤 베르하르트 AB 인베브 남아시아 지역 사장을 임명한다고 25일 밝혔다. 베르하르트 신임 사장은 약 20년간 AB인베브에 재직하며 영업과 물류 분야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아온 글로벌 맥주 전문가다. 브루노 코센티노 현 사장은 AB인베브 아프리카 지역 담당 CMO(마케팅 총괄 임원)로 자리를 옮긴다.

업계 일각에서는 수장 교체가 테라·진로이즈백의 선전에 따른 판매량 잠식에 기인한 결과라 보지만, 오비맥주는 "전혀 아니다"며 "코센티노 사장은 한국 시장에서 아프리카 전체 대륙 책임자로 승진해가는 것"이라고 했다.

김태환 롯데주류 사장은 올해 초 취임했다. 김 사장은 2018년 피츠 2공장을 신설 여파로 낸 590억원의 대규모 영업적자를 마케팅 비용 축소, 맥주 가격 인상 등을 통한 수익성 강화로 만회하려 힘썼다. 그 결과 롯데주류는 올 상반기에만 전년 대비 매출이 9.6% 늘어난 399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손실은 130억원. 하지만, 7월 예상치 못하게 일본 불매운동에 타격을 받으며 기대치에 부합하지 못한 성과를 냈다. 회사 안팎에서는 김 대표가 본격적으로 성과를 내기도 전에 강력한 대외 변수가 터졌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