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원우 전 비서관이 금융위에 통보… "靑이 측근 비리로 인지한 것"
대기발령 조치했다지만, 유재수가 먼저 병가 신청…국회 추천까지
부처 감사담당관 "비위를 靑 처분 기다렸다가 징계? 말이 안돼"

금융위원회 재직 시절 업체들로부터 뇌물 등을 받고 편의를 봐줬다는 혐의를 받는 유재수(55)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27일 구속됐다. 검찰은 구속영장 발부를 통해 유 전 부시장의 범죄혐의가 소명됐다고 판단하고,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과 김용범 전 금융위 부위원장(현 기획재정부 1차관) 등을 상대로 청와대 감찰 중단과 국회 수석전문위원 선임 등의 배경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최 전 위원장과 김 차관이 청와대로부터 유 전 부시장의 비위 사실을 통보받고도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에 주목하고 있다. 윗선의 비호가 없었다면 비위 혐의가 있는 유 전 시장이 아무런 처벌과 징계를 받지 않고 금융위를 나와 더불어민주당 정무위원회 수석전문위원으로 석 달간 일한 뒤 부산시 경제부시장으로 자리를 옮길 수 있었냐는 것이다.

금융위는 당시 청와대로부터 구체적인 비위 사실은 전달받지 못했고, 유 전 부시장을 대기발령을 내는 등 조치를 취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공직자 뇌물 수수라는 엄중한 사건을 자체 조사도 하지 않고, 이후 민주당 수석전문위원으로 추천까지 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27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동부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28일 금융당국과 검찰 등에 따르면 유 전 부시장은 금융위 재직 시절인 2016년쯤부터 금융업체 3∼4곳에서 5000여만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하고 자신과 유착 관계에 있던 자산관리업체에 동생 취업을 청탁해 1억원대 급여를 지급하게 한 혐의(뇌물수수·수뢰후 부정처사·청탁금지법 위반) 등을 받고 있다.

검찰은 유 전 부시장이 여러 업체로부터 각종 금품·향응을 받은 대가로 해당 업체가 금융위원장 표창장을 수여받도록 하는 등 편의를 봐준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청와대 감찰반은 이런 비위 사실을 확인했고, 백원우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이를 금융위에 통보했다. 당시 최 전 위원장과 김 차관 등 일부 금융위 고위 인사들만 비위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치권에서는 금융위에 감찰 결과를 통보한 것이 고위공직자의 비리를 담당하는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이 아닌 백 전 비서관이었다는 점이 의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백 전 비서관이 금융을 담당하긴 했지만, 국장급 비위를 직접 금융위에 전달하는 것은 이례적인 상황이란 것이다. 민정비서관은 여론 동향 파악 및 대통령 친인척 관리 등을 담당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백 전 비서관이 유 전 부시장의 비위를 직접 관리했다는 것은 청와대가 이를 문재인 대통령 측근 비리로 인지한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의 비위 통보를 받고도 금융위는 자체 조사나 징계를 하지 않았다. 당시 금융위는 청와대 통보를 받고 ‘상황이 엄중하다’고 판단해 유 전 부시장을 대기발령 조치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당시 청와대의 비위 통보를 받고 이후 어떤 조치를 해야할지 청와대의 지시를 기다린 것으로 안다"며 "또 구체적인 비위 사실은 전달받지 못했고, 비위 사실이 있으니 인사에 참고하라는 것이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청와대 처분을 기다렸고, 금융위가 먼저 징계를 하면 이중처벌이 될 수도 있지 않냐"고 했다.

그러나 대기발령 조치의 경우 당시 유 전 부시장이 먼저 금융위에 병가를 요청한데 따른 것으로 전해진다. 유 전 부시장이 감찰 사실을 금융위에 보고했고, 건강 이상 등을 이유로 병가를 신청했다는 것이다. 유 전 부시장은 이후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고 금융위에 사표를 낸 뒤 민주당 정무위 수석전문위원으로 이동했다. 유 전 부시장이 민주당으로 자리를 옮길 때도 금융위의 추천이 있었다. 정황상 유 전 부시장의 대기발령이 징계성 인사가 아니라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한 정부부처 감사담당관은 "감사원이든 청와대든 비위 사실을 해당 부처에 통보하면, 요건을 자체적으로 검토하고 징계하게 돼있다"며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공무원을 감찰할 수 있는 기능이 부여돼 있다. 청와대에서 조사 결과를 부처에 통보하면, 규정을 검토하고 그에 따라 처리한다"고 했다. 그는 "‘청와대 처분을 기다렸다가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중 처벌이다’ 라는 해명은 맞지 않는 것 같다"며 "일단 청와대에서 비위 통보를 해왔다는 것 자체가 우리한테 규정에 따라 처리하라는 걸로 이해하고 있다. 청와대 지시를 기다렸다가 징계한다는 건 말이 안된다"고 했다.

검찰 역시 최 전 장관과 김 차관의 유 전 부시장의 비위 사실을 인지하고도 징계하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이미 당시 금융위 행정인사과장과 감사담당관을 소환 조사했다. 당시 감사담당관은 유 전 부시장의 비위 사실을 전달받지 못했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는 이전에도 청와대로부터 소속 직원의 비위 사실을 통보받은 뒤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가 뒤늦게 지적을 받고 징계를 내린 적이 있다. 2014년 초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으로 파견돼 근무했던 A과장은 대기업 관계자들에게 식사 등 접대를 받은 사실이 내부 감찰에 의해 적발돼 금융위로 복귀했다. 금융위는 A과장이 비위 때문에 중도 복귀했음에도 직급에 맞는 직위로 발령을 냈다가, 청와대의 지적에 따라 그해 9월 1개월 감봉 조치를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