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한 우리나라 증시가 내년에는 바닥을 찍고 다시 반등할까. 부동산 가격은 정부 규제를 뚫고 상승세를 이어갈까. 미국 증시는 내년에도 '사상 최고' 기록을 바꿨다는 뉴스를 띄울까.

다음 달 6~7일 서울 강남구 SETEC(세텍)에서 열리는 대한민국 재테크 박람회는 이 같은 고민을 풀어주기 위해 마련된 실전형 재테크 콘서트다. 이번 박람회에 참가하는 주요 은행·증권·보험사의 PB(프라이빗 뱅커)들에게 내년도 투자 기상도를 물어봤다. 이들은 "내년 재테크 시장은 올해보다 밝을 것"이라면서 "연 4~7% 정도의 '중수익'을 충분히 노려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미국 주식과 국내 부동산을 노려라"

본지가 국내 대표 PB 92명에게 '올해 재테크 시장 점수를 100점 만점으로 평가해달라'고 묻자, 평균적으로 66점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경기 침체 등으로 국내 증시가 부진했지만 해외 투자나 부동산 등 나머지 재테크 분야에서는 나름대로 성과를 냈기 때문에 '쪽박'은 아니고, '중박' 정도는 된다는 얘기다. PB들은 내년 투자 기상도를 올해보다 조금 나은 72점으로 전망했다.

그러면 내년 가장 유망한 투자처는 어디일까. PB 넷 중 하나(25%)가 '해외 주식'을 꼽았다. '주식 투자를 한다면 어떤 국가가 매력도 1위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절반 이상(52%)이 미국이라고 답변했다. 국내 증시가 답답한 수익률을 보이는 가운데 연일 신고점을 갈아치우는 미국 주식 매력에 푹 빠진 전문가가 많은 것이다. 대신증권 도곡WM센터 안연진 부장은 "리스크 대비 수익률을 볼 때 대부분의 분야에서 1등 기업을 차지하고 있는 선진국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편안할 것"이라고 했다.

PB들이 꼽은 유망 투자처 2위는 국내 부동산(18%)이었다. 삼성증권 안도영 투자컨설팅팀 책임은 "서울의 특정 지역 위주로 (가격이) 상승했지만, 여전히 해외 주요국에 비해선 주택 가격 상승률이 낮다"면서 "(정부의) 주택 정책으로 인한 (신규 주택) 공급 축소가 예상되기 때문에 추가적인 가격 상승이 점쳐진다"고 했다.

"국내 주식, 저평가되긴 했지만 박스권에 그칠 듯"

그래도 우리나라 주식을 투자처로 꼽은 견해도 17%로 적지 않았다. 글로벌 차원에서 풍부한 유동성이 풀리면서 대부분 나라의 증시에 훈풍이 돌았는데, 국내 증시만 너무 저평가됐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은 내년도 코스피 지수의 향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응답자의 50%는 코스피 지수가 현재 수준(27일 기준 2127.85)과 비슷한 2000~2200 사이에 머물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가 반등을 이끌 법한 호재가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쉽게 오르긴 어렵다는 분석이 많은 것이다. 다만, '지금보다 더 떨어질 것'이라는 응답은 3%에 그친 반면, 응답자 셋 중 한 명(33%)은 2200~2400대로 뛸 것이라고 응답해 내년 증시에 긍정적인 편이었다.

업종별로는 IT·반도체 분야(60%)를 투자 1순위라고 꼽은 전문가가 많았다. 그다음은 바이오(22%) 업종이었다. 주요 전략별로는 중소형주(2%)보다는 대형주(34%), 가치주(17%)보다는 성장주(20%)가 유망하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뤘다.

서울·아파트 '좋아요' 비수도권·빌라·상가 '불안해요'

부동산 시장은 내년에도 계속 뜨거울까. '현재 부동산 시장이 과열이냐'는 질문에는 51%가 과열, 49%가 과열이 아니라고 답했다. 추가로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서울·아파트와 비수도권·빌라·상가에 따라 답변이 나뉘었다. 서울 아파트에 대해선 0~5%의 무난한 상승을 기대하는 답변이 34%로 가장 많은 가운데, 5~10%(26%) 또는 10% 이상(17%)의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는 전문가도 여럿 있었다. 지금보다 가격이 떨어질 거라는 답변은 5%에 그쳤다. 반면 비(非)수도권 지방 아파트는 보합세(36%)를 보이거나 0~5% 하락(33%)을 내다보는 의견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