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취 주사 한 방으로 알코올중독을 치료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라비 다스 박사 연구진은 27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술에 대한 좋은 기억을 마취제인 케타민으로 차단해 음주 욕구를 크게 감소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케타민은 마취 외에도 우울증 치료에도 쓰인다.

실험 대상은 500mL 정도의 맥주를 일주일에 30잔씩 마시는 고도 음주자 90명이었다. 연구진은 이들을 30명씩 세 집단으로 나눠 실험했다. 첫 그룹에겐 맥주 사진을 보여주고 맥주를 마시게 했다. 다음 날도 같은 실험을 했지만 맥주를 마시기 직전에 중단시키고 케타민을 주사했다. 기억을 재정비하는 뇌 신경세포의 특정 단백질을 케타민이 차단해 술에 대한 좋았던 기억이 떠오르는 걸 막은 것이다. 알코올중독자들은 술 냄새를 맡거나 사진만 봐도 취했을 때 기분을 떠올리고 다시 술을 찾는다. 술과 관련된 보상 심리를 억제하면 중독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발상이었다.

실험 결과 케타민 주사를 맞은 사람들은 열흘이 지나자 음주량이 3분의 1 줄었다. 9개월 뒤에는 절반까지 감소했다. 같은 실험을 하면서 케타민 주사를 맞지 않은 30명과 맥주 대신 오렌지 주스로 실험을 한 30명도 음주량이 줄긴 했지만 그 감소율이 35%에 그쳤다. 다스 박사는 "연구가 더 발전하면 마약중독 치료에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