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위 반도체설계회사 대만 미디어텍은 지난 26일(현지시각) 5G(5세대) SoC(통합칩) ‘디멘시티 1000’을 공개했습니다. 디멘시티 1000은 모바일 CPU(중앙처리장치)에 8개의 코어를 집어넣었고, 통신용 모뎀, 인공지능(AI) 처리 장치 등을 하나의 칩으로 구현했습니다. 최대 초당 4.7기가비트의 전송속도를 자랑합니다. 조 첸 미디어텍 사장은 "우리의 첫 5G 칩은 소비자들에게 훨씬 빠르고, 보다 지능적이며, 놀라운 모바일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대만 미디어텍의 5G(세대) 통합칩 ‘디멘시티 1000’.

미디어텍은 샤오미, 오포, 비보 같은 중국 스마트폰 회사에 디멘시티 1000의 공급을 타진하고 있습니다. 내년 1분기부터 디멘시티 1000이 탑재된 스마트폰이 시장에 쏟아질 예정입니다. 미디어텍은 사실 LTE(4세대 이동통신) 시장에서는 경쟁사에 비해 뚜렷한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5G 시장 만큼은 ‘반드시 잡겠다’는 의지가 강합니다.

미디어텍은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회사인 대만 TSMC의 7나노 공정을 활용해 디멘시티 1000을 제조합니다. 닛케이아시안리뷰는 27일(현지시각) 기사에서 "미디어텍의 행보가 폭넓은 의미를 갖는데, TSMC가 디멘시티 칩을 제조하는 것은 삼성전자와의 (파운드리)경쟁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 같은 분석이 나온 것은 반도체 산업의 역학관계 때문입니다.

미디어텍의 경쟁사는 미국 퀄컴입니다. 퀄컴은 지난해 초 삼성전자와 5G 칩 생산을 위해 협력한다고 밝혔습니다. 삼성전자의 EUV(극자외선)를 적용한 7나노 공정에서 제조한 칩으로 5G 시장을 선도한다는 전략입니다. 퀄컴 입장에선 초기 5G 시장의 주도권을 잡아야 향후 경쟁에서 유리해집니다.

삼성전자는 미디어텍의 제조 파트너인 TSMC를 파운드리 시장에서 추격하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2분기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1위 TSMC가 49.2%, 2위 삼성전자가 18% 수준입니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퀄컴의 물량을 많이 확보해야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닛케이아시안리뷰는 "미디어텍이 (5G 칩 시장에서) 퀄컴을 따라잡는다면 TSMC의 실적이 개선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주목할 점은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 5G 통합칩도 중국에 팔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중국 비보가 다음달 출시하는 스마트폰 ‘X30’에는 삼성전자의 5G 통합칩 ‘엑시노스 980’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 반도체 시장을 공략하는 삼성전자는 미디어텍의 5G 칩 시장 진입으로 더욱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해졌습니다. 화웨이도 5G 통합칩 경쟁에 뛰어들기로 한 상태입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내년 이후 급성장이 예상되는 5G 칩 시장이 향후 삼성전자의 파운드리·비메모리 사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미디어텍이 부진을 깨고 위협적인 존재로 부상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