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싱가포르·한~브루나이 노선 확대에 기대·우려 동시에 나와
LCC 업계 "외항사와 경쟁해도 신규 시장 개척해야 미래 있어"
일각에선 "5자유 운수권 내준 건 충격…외항사에 국내 항공사 잠식될 것"

25일 부산에서 이틀간의 일정으로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 동남아시아 국가와의 하늘길이 넓어지자 항공업계는 ‘기대감 반, 걱정 반’인 표정이다. 특히 동남아 항공 교통 허브인 싱가포르 노선이 자유화된 게 어떤 영향을 줄지가 관건이다. 일본 여행객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저비용항공사(LCC)는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동남아 항공사들이 공격적으로 노선을 늘리면서 국내 항공사의 고객을 빼앗아 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3~24일 정부가 싱가포르, 브루나이와 각각 직항 항공 자유화 협정을 맺음에 따라 두 국가에 대한 운항도시, 횟수, 기종 등에 대한 제한이 사라질 예정이다. 앞서 운수권을 발급받지 못한 항공사도 현지 공항 여건만 맞으면 자유롭게 노선을 개설할 수 있게 된다. 최근 일본 수요 감소와 과당 경쟁으로 부진한 LCC에는 아시아 노선을 다변화할 기회가 되는 것이다.

김포공항에 들어선 여객기.

현재 브루나이 노선은 유일하게 대한항공이 로열브루나이항공과 편명을 공유해 운항하고 있지만, 오는 12월 말부터는 에어부산도 부산~브루나이 노선을 주 3회 운항할 예정이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전 세계 두 개밖에 없는 7성급 호텔 중 한 곳이 브루나이에 있어 패키지 고객 수요가 있고, 향후 시장 개척을 위한 수요 파악 차원에서 노선 편성을 확정했다"며 "LCC가 이미 아시아 대부분 지역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취항지를 늘려가야 미래가 있다고 봤다"고 했다.

수요가 높은 싱가포르 노선은 LCC 최대 관심사다. 지난해 싱가포르 노선 탑승률은 대한항공이 89.5%, 아시아나항공이 88.9%를 기록했다. 다만 국내 LCC 대부분이 보유한 보잉 737기종은 비행시간 5시간 30분 미만의 단거리 운항에 적합해 7시간 거리인 싱가포르까지는 운항이 어렵다. 에어서울 관계자는 "기종 문제를 먼저 검토해야 하므로 당장 싱가포르 노선에 진입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번 협정이 체결된 만큼 추후 내부적으로 싱가포르 운항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진에어는 중·장거리 운항이 가능한 B777-200ER 4대를 보유하고 있지만, 국토부의 제재로 현재 신규 노선 취항이 불가능하다. 이스타항공도 중거리 운항이 가능한 737 맥스8 항공기가 있지만, 이 기종은 안전 문제로 현재 운항이 중단됐다.

에어부산은 항공 자유화 협정을 계기로 내년 도입 예정인 차세대 항공기 A321 네오 LR을 통해 싱가포르 노선 취항을 검토하고 있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A321 네오 LR은 최대 운항 거리가 7400㎞로 싱가포르와 같은 중·장거리 운항에 적합하다"며 "싱가포르 노선은 성수기와 비수기 상관없이 탑승률도 90%에 달하는 등 수요가 높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4일 오전 청와대에서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또 이번 합의로 국내 항공사들의 기회가 늘어난 동시에 상대국이나 제3국을 경유할 수 있는 ‘5자유 운수권’도 확대돼 외항사와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가령 싱가포르 항공사들이 싱가포르~한국~제3국, 싱가포르~제3국~한국을 오가는 노선을 만들어 운항하는 것이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환승 수요가 많은 싱가포르 특성상 한국을 경유해 미주 등 제3국으로 들어가는 외항사들의 노선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며 "중거리 운항이 가능한 기재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외항사가 발 빠르게 노선을 확대하면, 결국 여객 수요가 나뉘고 국내 항공사들은 노선을 내주게 될 것"이라고 했다.

대형 항공사 관계자는 "합의에 5자유 운수권까지 들어간 건 충격"이라며 "정부가 한국 항공 산업이 외항사와의 경쟁에서도 이겨낼 만큼 튼튼하다고 본 건진 모르겠지만, 5자유 운수권을 계속 내주다 보면 국내 항공사들은 잠식당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일각에선 외항사가 들어와 ‘메기효과’를 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LCC 관계자는 "항공 자유화로 항공사 간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보이지만, 경쟁을 통해 운임 가격도 내려가면 여객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본다"며 "양날의 칼이지만 전체 파이를 넓혀가면서 경쟁하는 것이 결국 항공업계 전체와 고객에게 모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