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삼성전자의 디자인·소프트웨어 연구기지인 서울 서초구 우면동 '삼성 서울 R&D 캠퍼스'에 카카오인베스트먼트·디캠프·스파크랩스·스마일게이트 등 국내 스타트업 투자사 관계자 60여명이 찾아왔다. 삼성이 키운 1기 외부 스타트업들의 졸업식을 보기 위해서였다. 지난 1년간 삼성전자의 지원 속에 성장한 스타트업 20곳이 삼성의 품을 떠나며 투자 유치 설명회 'C랩 아웃사이드 데모데이'를 연 것이다.

26일 서울 서초구 삼성 서울R&D캠퍼스에서 열린 ‘C랩 아웃사이드 데모데이’에서 스타트업 대표들이 외부 투자자들 앞에서 삼성전자와 동행했던 지난 1년간의 경험과 사업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C랩 아웃사이드는 삼성전자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발표에 나선 스타트업 대표들은 삼성전자와 동행한 지난 1년간의 성장기를 얘기했다. 서울대를 휴학하고 인공지능(AI) 기반 유아 인지발달 프로그램을 개발한 최예진 두브레인 대표는 "캄보디아에 아이들 인지능력을 키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증하려고 했는데 처음엔 '두브레인이 무슨 회사냐'며 심드렁한 반응이었다"고 했다. 최 대표가 "삼성C랩 얘기를 했더니 캄보디아 측 담당자가 '삼성이면 빨리 오라'고 하더라"고 말하자, 투자사 관계자들이 폭소를 터뜨렸다.

◇삼성과 동행 성장한 스타트업의 졸업식

C랩 아웃사이드는 삼성전자가 지난 7년간 운영한 사내벤처 프로그램 C랩의 노하우를 사외로 확장한 상생 사업이다. 이번에 투자유치 설명회를 연 20개 스타트업은 작년 10월 1기로 선발돼 지원받아 왔다. 삼성전자는 업체당 최대 1억원의 사업지원금을 제공하고 서울 R&D 캠퍼스에 전용 공간도 무상으로 마련해줬다. 출퇴근 셔틀버스, 식당도 무료로 지원했다. 우수한 업체에는 CES 등 해외 IT 전시회에 출품할 수 있도록 돕는 등 맞춤형 성장 프로그램도 제공했다. 어학 공부용 챗봇(대화로봇) 앱을 개발한 에그번 에듀케이션의 문관균 대표는 "C랩에 온 뒤 회사가 흑자로 돌아섰다"며 "섭외가 힘든 베트남 유명 유튜버도 삼성전자가 연결해줬다"고 했다. 스타트업들은 "삼성전자와 협업하며 삼성 DNA를 전수받은 것도 큰 혜택이었다"고 했다.

◇삼성 지원 속 흑자 전환도

C랩 아웃사이드 1기 업체들은 AI 유아 소프트웨어, 그룹 영상통화 서비스 등 기술과 사업전략이 다양했다. 삼성의 지원금으로 AI 개발 인력과 발달장애 치료 전문가를 채용한 두브레인은 유아 인지발달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누적 다운로드 31만건을 기록 중이다. 원거리에서 손짓만으로 기기를 조작하는 기술을 개발 중인 브이터치는 세계 최초로 5㎝~3m 거리에서 기기를 조작하는 기술을 확보했다. 김석중 브이터치 공동대표는 "삼성의 실무 부서와 수많은 회의를 하며 시장에서 통할 만한 기술에 대한 피드백을 받았다"고 했다.

그룹 영상통화 서비스를 개발하는 스무디는 삼성전자의 AR 이모지(증강현실 그림문자) 기술을 지원받았고, AI 기반 여행 도움 서비스 플랫폼(기반기술)을 제공하는 트래블플랜은 삼성전자의 문자메시지 기술인 RCS를 통해 예약 챗봇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게 됐다.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 겸 삼성리서치 연구소장은 "한국 벤처 업계를 대표하는 유니콘이 되고 나아가 데카콘으로 발전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C랩 아웃사이드 1기를 떠나보내면서 새로 지원할 18개 신규 스타트업도 공개했다. K팝 댄스를 배우려는 사람에게 일대일 온라인 트레이닝을 제공하는 카운터컬처컴퍼니, 효과적인 수업을 위한 학습관리 시스템을 만드는 클라썸 등이 선정됐다.

C랩 아웃사이드의 목표는 삼성과의 이해관계를 떠나 스타트업들이 사회에 기여하는 회사로 성장하도록 동행하며 지원하는 것이다. 지난 1일 창업 50주년을 맞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를 향한 길"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2023년까지 C랩을 통해 외부 스타트업 300개, 내부 벤처 200개 등 500개 프로젝트를 육성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