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간편결제 늘며 현금사용 줄어든 영향
우리나라에서 가장 수명이 긴 지폐는 최고액권인 5만원권이었다. 5만원권은 13년 반 동안 사람 손을 거치다 폐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폐의 수명은 점점 길어지는 추세다. 신용카드, 모바일 간편 결제가 늘면서 현금 사용이 줄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2019년 은행권 유통수명 추정 결과'를 보면 5만원권의 유통수명은 162개월로 추정됐다. 만원권은 이보다 짧은 127개월, 5000원권은 49개월, 1000원권은 53개월이었다.
화폐 유통수명은 신권 화폐가 한은 창구에서 발행돼 시중에서 유통되다 더 이상 사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손상돼 한은 창구로 환수될 때까지의 기간을 의미한다.
한은이 5만원권의 수명을 추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09년 6월 첫 발행된 5만원권은 그간 유통된 기간이 짧아 수명을 추정하기 어려웠지만, 올해로 발행 10년을 맞으면서 신뢰성 있는 추정이 가능해졌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화폐의 수명은 점점 길어지는 추세다. 지난해 조사에서 만원권의 유통수명은 121개월이었는데 올해 6개월 더 늘어났다. 5000원권과 1000원권은 1년 전에 비해 6개월씩 수명이 길어졌다.
지폐 수명은 좌우하는 요인은 용지재질, 화폐사용습관, 사용빈도 등 세가지로, 이 중 사용빈도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은이 발표한 '2017년 지급수단 이용행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개인들이 1만원 이하 물품·서비스를 구매할 때 현금을 사용하는 비중이 76.7%로 나타났다. 1000원권, 5000원권 등 저액권은 사용횟수가 많아 유통수명이 상대적으로 짧다.
주요국과 비교해보면 최저액·중간액면의 수명은 길고, 최고액면은 중간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고액면인 5만원권의 유통수명은 주요 8개국 중 영국, 호주, 유로존, 미국에 이어 다섯 번째로 길었다. 한은은 다른 나라에서는 최고액권을 저장 수단으로 주로 활용하는데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상거래와 경조금, 용돈 등 개인간 거래에서도 5만원권이 사용됨에 따라 유통수명이 다소 짧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