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보낸 것과 같은 인위적인 생육 환경 만들어 새싹 유도

첫 눈이 내릴 정도로 추워진다는 소설(小雪·11월 22일)이 지난지 불과 며칠되지 않았지만 대형마트에는 벌써부터 달래·냉이 등 봄의 전령사 나물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농협 하나로마트는 달래와 냉이를 판매 중이다. 가격은 냉이가 100g에 1500~1600원, 달래는 2400원이다. 제철보다는 조금 비싸지만 한끼 먹기에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금액이다.

원래 달래와 냉이는 겨우내 잃어버린 입맛을 되찾아 주던 대표 봄나물이다. 달래는 열량이 100g당 46㎉에 불과해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제격이다. 비타민A·B1·B2·C 등 다양한 비타민 성분과 여성 질환 예방에 좋은 철분이 풍부하다. 냉이는 비타민·단백질·탄수화물·칼슘·인·섬유질 등이 많이 들어 있다. 간에 쌓인 독을 풀어 주고 간 기능을 정상으로 회복하도록 도와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로마트를 비롯해 롯데마트·이마트 등 대형마트들은 본격적인 추위가 찾아오는 12월에는 달래와 냉이에 이어 원추리·봄동·유채·미나리·섬초(섬에서 자라는 시금치)·씀박이·두릅 등의 봄나물도 팔 계획이다.

혹독한 겨울을 지낸 뒤에야 즐길 수 있었던 봄 나물을 겨울 초입부터 맛볼 수 있게 된 것은 과학기술 덕분이다. 낮은 온도에서 일정 시간을 보낸 뒤 다시 온도를 올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온 것과 같은 환경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주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작물마다 적정한 온도와 기간이 다르다. 물론 식물체가 봄을 맞은 것처럼 잠에서 깨어나더라도 한 겨울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따뜻한 온도를 제공할 수 있는 비닐하우스 온실 재배가 필수적이다.

최근에는 이른 겨울에 곰취를 생산할 수 있는 재배 기술이 개발됐다. 곰취를 저온처리 방식으로 일찍 잠을 깨우는 것이다. 곰취는 겨울잠에서 깬 곰이 원기 회복을 위해 먹는다는 봄나물이다.

비닐하우스 온실에서 재배 중인 곰취.

곰취를 겨울에 생산하려면 식물체의 잠을 깨워야 한다. 일반 곰취는 5℃ 이하의 저온에 15일간 처리하면 새싹이 나온다. 농촌진흥청이 육성한 품종 ‘다목이’는 10일, ‘쌈마니’는 15일, ‘곰마니’는 25일간 4℃에서 저온처리하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

늦가을 잠에 드는 곰취를 캐서 포기째로 적당한 크기(약 100g)로 나눠 담아 4℃ 저온저장고에 10∼20일간 보관한 뒤 따뜻한 비닐하우스 온실 등에 이식하면 싹이 자란다.

저온 저장고가 없을 경우 10월 중순부터 12월 상순까지 5℃ 이하로 내려간 시간을 더해 저온 경과 시간(‘다목이’ 240시간, ‘쌈마니’ 360시간, ‘곰마니’ 600시간)을 충족하면 깨울 수 있다. 저온 경과 시간이 모자라면 비닐하우스에 난방을 해줘도 식물체가 잠에서 깨지 않아 새싹이 자라지 못한다. 가을에 퇴비를 너무 두텁게 덮어도 보온효과로 저온을 거치지 못해 식물체가 잠에서 늦게 깰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