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계 TV 시장에서 4K(3840x2160)가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어섰다. 분기별 4K 점유율이 50%를 넘긴 적은 있지만, 누적 점유율이 절반 이상을 기록한 것은 처음이다. TV 시장 ‘대세’가 4K로 넘어왔다는 분석이 따른다.

대우전자가 출시한 75인치 클라쎄 4K TV.

25일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올 3분기 세계 TV 시장에서 4K 해상도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52.7%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43.9%에서 8.8%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올 3분기까지 해상도별 누적 비중에선 4K가 50.7%를 차지했다.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4K 판매가 꾸준히 늘고 있어, 올해 연간 비중이 50%를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고 전했다.

4K 점유율은 지난해 4분기 50.6%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50%를 넘어섰지만, 이내 올 1분기 49.5%, 2분기 49.7%를 기록하며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상반기 중국이 저가공세를 펼치며 HD(1366x768)급 TV 판매량이 예상외로 견고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프리미엄 제품 판매가 늘며 3분기에는 4K 점유율이 반등, 누적 점유율에서도 절반을 상회했다.

◇ 4K 점유율, 2014년 5%에서 2019년 50%로… 기존 FHD 대체

4K 해상도 TV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건 브라질 월드컵이 열린 2014년이다. TV 업체들은 일반적으로 대형 스포츠 행사가 있는 해에 혁신성 높은 신제품을 내놓는다. 프리미엄 TV 교체 수요를 잡기 위해서다.

브라질 월드컵이 열린 2014년 4K TV 시장 점유율은 5%대였다. 리우 올림픽이 열린 2016년 들어선 26%로 늘었다. 러시아 월드컵이 열린 지난해에는 전체 45%를 차지했다.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4K TV가 시장에 본격적으로 등장한지 5년만에 점유율 50%를 넘어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4K TV가 보편화되며 기존 TV시장은 저가형(HD)과 고급형(4K)으로 양분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TV 시장에서 HD급 점유율은 32.4%였고, 올 3분기에는 29.8%를 차지했다. 1년동안 2.6%포인트 줄어든 결과다. 반면 같은 기간 FHD(1980x1080) 점유율은 23.7%에서 17.4%로 6.3%포인트 줄었다.

삼성전자 QLED 8K TV(왼쪽)와 LG전자 OLED 8K TV.

상대적으로 저화질인 HD보다, 고화질인 FHD의 점유율 하락세가 가파르다. 연간으로 살펴보면 ‘FHD의 몰락’은 더욱 극적이다. 2017년 TV 시장에서 HD와 FHD 점유율은 각각 32.4%·30.8%였지만, 올 3분기까지 누적 수치는 각각 30.1%·19.1%다.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고급형이던 FHD의 자리를 4K가 차지하고, HD는 저가형 위치를 굳히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 4K 주도권 잡는데, 8K는 판매 줄어… 2020 도쿄올림픽이 분수령

4K가 주도권을 잡는 와중, 8K(7680x4320)는 판매량이 줄었다. 3분기 세계 8K TV 판매량은 2만7300대로 2분기 3만2500대보다 16% 줄었다. 8K TV 판매량이 줄어든 것은 2017년 4분기 출시 이후 처음이다. 점유율은 0.05%선에 불과했다.

삼성전자·LG전자 등 주요 업체들이 8K TV를 출시했음에도 콘텐츠 부재가 발목을 잡고 있다. 현재 8K TV 영상을 송출하는 국가는 없다. 샘플 영상 등을 제외하곤 8K 콘텐츠 스트리밍을 제공하는 업체도 드물다.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8K 콘텐츠 보급을 위해선 디스플레이뿐 아니라 촬영·송수신 장비 등 ‘인프라’가 따라줘야 하는데, 아직까진 갈 길이 멀다"고 설명했다.

관련 업계는 2020년 도쿄올림픽을 기대하고 있다. 일본이 올림픽에 발맞춰 8K 송출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TV 제조사도 내년 8K 신제품을 준비하고 있다. IHS마킷은 올해 16만6700만대 수준인 8K TV 출하량이 내년 63만3700대로 3.8배가량 늘어나고, 2023년에는 300만대를 넘어선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