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부총리 "소득분배 개선, 일자리사업·EITC 확대 효과"
통계청 "자영업자, 무직 가구 또는 소득 1분위로 전환"

통계청이 21일 발표한 3분기 소득부문 가계동향에서 소득 하위 20%인 1분위 소득이 4% 이상 증가하고, 지난해 3분기 5.52배로 사상 최대치였던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이 5.37배로 낮아진 것에 대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소득주도성장, 포용성장의 효과가 본격화 되고 있다"는 자화자찬식 평가를 내놨다.

그러나 홍 부총리는 가계의 사업소득이 2003년 통계작성 후 가장 크게 감소한 것, 세금과 사회보험, 대출이자 등 가계의 비소비지출이 역대 최대 수준으로 늘어난 점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경제부총리가 자신의 정치적 입장에 맞는 일부 지표 개선세로 어려운 경제현실을 오도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는 이날 통계 발표 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근 고용지표에 이어 소득분배지표도 뚜렷한 개선세를 보여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정부가 일관성 있게 추진해 온 소주성, 포용성장의 효과가 지난 2분기에 시현되는 조짐을 보여 주었다면 이번 3분기에는 본격화 되고 있다. 지난 2분기 다섯 분기 만에 처음으로 증가했던 1분위(하위 20%) 소득이 이번 4.3% 증가하면서 증가 폭도 크게 확대됐다. 이례적으로 높은 증가세를 보였던 2017년 4분기를 제외하면 2015년 3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셈"이라고 썼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월 21일 경기도 화성에서 열린 화성국제테마파크 비전선포식에 참석,- 축사를 하고 있다.

특히 그는 5분위 배율이 낮아진 것과 관련해 "(소득 격차 수준인) 5분위 배율도 작년 3분기 5.52였으나, 이번 5.37로 0.15가 줄어들어 2분기에 잠시 주춤했던 분배지표가 다시 개선세를 시현했다"며 "3분기 기준으로는 2015년 이후 처음으로 개선된 것으로 추세적으로 악화되어 오던 최근 분배지표 흐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 아닐 수 없다"고 평가했다.

홍 부총리는 "지난 1분기에 1·5분위 소득이 모두 감소하며 5분위 배율이 개선됐던 것과 달리, 이번 3/4분기에는 1·5분위 소득이 모두 증가하며 5분위 배율이 개선된 점이 주목할 부분"이라며 "2015년 4분기 이후 처음으로 1~4분위 모두 5분위보다 높은 소득증가율을 기록했다. 고소득자 중심으로 소득이 증가했던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라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이러한 소득분배 여건 개선에는 최근 고용 회복과 함께 정부 정책효과가 비교적 잘 작동한 것으로 평가한다"며 "소득 하위 20% 어르신들에 대한 기초연금을 인상(25→30만원)했고, 장애인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도 대폭 확대했으며, 일하는 저소득 가구에 대한 대표적인 근로연계형 소득지원 제도인 근로자장려금(EITC)도 요건을 완화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홍 부총리의 자화자찬에는 가계의 사업소득 감소에 대한 내용은 빠져있다. 올해 3분기 전체 가구의 사업소득은 월평균 87만9800원으로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3년 이후 가장 큰 폭인 4.9% 감소했다. 경기부진 장기화로 폐업한 자영업자들의 소득이 감소하는 것이 확연하게 드러났지만, 이에 대한 평가는 생략했다.

통계청에서 사업소득 감소가 자영업자의 경제적 지위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은 것과는 대조되는 지점이다. 박상영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소비가 둔화되고 있고 건설·설비투자 등 전반적인 내수 여건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자영업자들이 소득 하위 20%인 1분위로 내려가거나 무직 가구로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소득분배 지표가 개선됐다는 평가에도 선뜻 동의하지 않고 있다. 소득격차를 보여주는 5분위 배율은 작년보다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를 제외하면 3분기 기준 올해 소득격차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5.48배) 이후 가장 높았다.

한 경제연구소의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기초연금, EITC 확대 등에 막대한 재정을 쏟아 붓는 것을 감안하면 5분위 배율이 조금 낮아진 것은 비용 대비 효과가 만족스럽지 않는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이를 두고 소득분배 개선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민망한 일"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3분기 가계 동향이 소득주도성장의 부작용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있다. 올해 3분기 가구당 월평균 비소비지출은 113만8000원으로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역대 최대치인 23.3%까지 급증한 것에 대한 평가다. 소비지출은 조세, 사회보험료, 대출 이자, 공적연금 등 의무적으로 납부해야 하는 지출을 뜻한다. 비소비지출은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2017년 2분기(2.7%)부터 플러스로 전환한 뒤 올해 3분기까지 30개월(10분기) 연속으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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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준(전 통계청장)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2018년부터 눈에 띄게 증가하는 비소비지출은 정부가 주창하는 소득주도성장에 따르는 비용 청구서"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