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얘기만 들으면 이번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정책은 하나도 잘못된 게 없는 거 같다.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지금까지 집값을 잡지 못한 건 역대 정부가 부동산을 경기 부양에 활용한 탓"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는 절대로 부동산을 경기 부양에 활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경기가 가라앉으면서 당시 박근혜 정부가 ‘빚을 내서 집을 사라’는 정책을 펼친 것이 주택 가격 상승의 도화선이 된 건 어느 정도 맞는다. 하지만 집값은 다양한 변수의 영향을 받는다.

최경환 전 부총리가 2014년 7월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올렸을 때 한국은행은 8월 기준금리를 2.5%에서 2.25%로 내렸고, 10월에는 2%까지 추가인하했다. 기준금리가 낮아지는 추세가 아니었다면 집값 상승 바람이 그만큼 강하게 불진 않았을 것이다.

기준금리 이외에도 세계 경기와 국내 유동성, 정책변수 등 주택 가격을 결정한 요인은 무수히 많다. 이들이 제각각 집값에 영향을 미쳤다고 봐야 하는 게 타당한 분석이다.

게다가 상당수 전문가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가 서울 집값 급등을 불러일으킨 중대한 요인 중의 하나라고 본다. 8·2 부동산정책과 9·13 부동산대책 등 내놓는 정책마다 부작용을 양산했다는 것이다.

재작년 8·2부동산 정책의 경우 다주택자의 임대주택 등록을 유도하느라 양도소득세 중과·장기보유특별공제 배제 대상 제외 등의 세제 혜택을 늘렸다. 하지만 그 결과 다주택자만 양산했다.

무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까지 제한한 것도 그렇다. 더 늦으면 아예 내 집을 마련하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심리만 자극해 실수요자가 부동산 시장에 급하게 뛰어들게 했다. 로또 청약은 또 어떤가. 분양가를 틀어막으니 멀쩡한 국민 사이에 사행심만 커졌고, 요즘 청약 경쟁률은 세자릿수를 쉽게 넘는다.

안전진단 강화 등을 통해 재건축사업을 죄면서 신축 아파트 집값이 급등한 것도 마찬가지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까지 도입하면서 새집 공급이 더딜 것이란 심리적 불안감이 확산해 강남권에서는 3.3㎡당 1억원에 이르는 아파트가 등장했다. 모두 정책 실패가 시장을 자극한 예다.

부동산을 절대로 경기부양에 활용하지 않겠다는 발언도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월 경제장관회의에서 건설투자 중요성을 강조했고 사회간접자본(SOC) 예산도 늘리겠다고 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필요한 건설투자는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말하는 필요한 SOC 투자의 대표적인 예가 광역교통망 확충이다. 정부는 이를 부동산 정책의 일부로도 활용하고 있다. 교통망 확충으로 서울 주택 수요를 분산한다고 설명한다. SOC 확충이 언제는 부동산 대책이고 언제는 아닌 것인지 그들만이 아는 구분인 것 같다.

정부가 정책 부작용에 눈을 감으니 수요자들은 정책을 더 믿지 않게 됐다. 오히려 과거사례를 생각하며 "부동산은 무조건 오른다"는 맹신까지 가지게 됐다. 정부가 규제하는 지역은 무조건 오른다며 ‘사야하는 지역’이라고 비아냥대기까지 한다.

사정이 이런데 행정부의 수장께서 주택시장이 왜 이렇게 됐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걸 보면 정부 대책이 항상 빗나가는 것이 이해가 되기도 한다. 이대로라면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기는 어려워 보여 뒷맛이 개운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