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의 여름은 번식의 계절로 통한다. 남극 생태계 가장 말단에 있는 크릴(남극 새우)부터 물범, 펭귄, 하늘을 나는 새들까지 신혼집을 마련하고 짝을 만나 애 키우기 바쁘다.

11월 중순인 지금 남극 빅토리아 로스해 연안 곳곳에서 한창 자라나는 새끼들이 ‘배고파요’를 외쳐대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다.

어미 젖을 빠는 웨델물범 새끼

테라노바만에서 만난 웨델물범 새끼는 어미 품을 자꾸 파고든다. 꿀단지라도 숨겨둔 모양이다. 알고 보니 젖을 빠는 행위다. 살갗에 입을 대고 힘껏 빨았다 놓을 때 나는 소리가 새끼 주위에서 자주 난다. 포유류인 웨델물범 새끼는 어미 아랫배 부분에 위치한 젖을 먹고 자란다. 어미는 바다얼음 사이 갈라진 틈 사이를 들락날락하면서 크릴이나 물고기 등을 잡아먹는 것으로 체력을 보충한다.

'펭귄 밀크'를 주고 있는 모습

물범과 달리 조류인 펭귄은 특제 분유를 먹인다. 이름하여 ‘펭귄 밀크(penguin milk)'. 펭귄 밀크는 태어나자마자 큰 물고기 등을 먹을 수 없는 새끼를 위해 아빠 펭귄이 위벽에 보관해둔 음식물을 반쯤 소화된 상태로 토해서 주는 이유식이다.

황제펭귄은 어미가 알을 낳고 먹이를 구하러 떠난다. 이 기간 동안 아빠 펭귄은 차가운 빙판을 피해 발 등에 알을 올려놓고 따뜻하게 품는다. 이후 새끼가 태어나면 이 펭귄밀크를 먹이기 시작한다.

물론 모두가 이런 완벽한 생육 과정을 통해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것은 아니다. 먹이를 먹으러 간 어미가 레오파드 물범에게 잡아먹혀서 돌아오지 못하면 새끼가 살아남을 확률은 극히 적다.

남극에선 남극 도둑갈매기의 먹잇감이 되는 새끼펭귄을 만날 수 있다. 먹이를 구하러 떠난 어미 펭귄이 물범에게 먹혀 돌아오지 못하면 아빠도 먹이를 찾으러 떠나야 하기 때문에 홀로 남겨긴 새끼가 생존할 확률이 크게 떨어진다.

애 키우느라 굶어죽을 수만은 없는 아빠 펭귄이 자신의 생존을 먼저 택하기 때문이다. 부모 잃은 어린 새끼들은 자연의 섭리에 따라 결국 남극도둑갈매기의 먹잇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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