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청담동 일대는 명품 브랜드 매장 20여 곳이 줄지어 입점해 있어, '명품 거리'라고 한다. 명품 브랜드 대부분이 지상 5~7층 빌딩에 입점해 있는데, 저마다 디자인이 화려하고 독특하다. 이 중 구찌·셀린느·코스(COS)·샤넬 등 여섯 건물은 한 회사가 지었다. 바로 '이안알앤씨'다. 그만큼 강남 명품 업계에서도 알아주는 건설사다.

이안알앤씨는 우리나라 빌딩 시공 분야에서 압도적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아파트를 짓지는 않아서 일반 소비자에게는 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강남권 중소형 빌딩이나 고급 주택을 짓는 건축주 사이에선 이름난 회사다. 대형 건설사를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는 재계 총수의 집도 이 회사가 지었다. 이안알앤씨는 건축주와 설계사·시공사를 연결해 주는 국내 최고 건축 플랫폼 '땅집고건축'의 시공 파트너사로 참여하고 있다.

김종규〈사진〉 이안알앤씨 대표를 만나 건축주들이 만족하는 빌딩 시공 노하우를 물었다. 서울대 건축학과를 졸업한 김 대표는 대림산업에서 9년간 근무한 뒤 2004년 이안알앤씨를 설립했다. 지금까지 20억~300억원대 빌딩 프로젝트 150여 건을 진행했다. 원앤원, 성한빌딩, 뷰성형외과등 강남대로 일대에서 빌딩을 많이 지었다. 상도 많이 받았다. 올해에만 건축 분야 최고 상인 한국건축가협회상(경기 수원 다니엘학교), 건축문화대상을 두 번(스위스 대사관, 단독주택 세마당집) 받았다.

◇"도면에 보이지 않는 건축주의 의도를 구현할 줄 알아야"

"건축할 때는 설계가 정말 중요합니다. 하지만 실제 공사에 들어가면 설계도만으로는 건축주가 원하는 건물을 지을 수 없습니다. 도면에는 없어도 건축주가 원하는 부분이 있기 마련이고, 시공사는 설계도에 드러나지 않은 고객의 의도를 100% 끌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게 시공사의 역량이지요."

서울 강남 빌딩 시공 분야에서 압도적 실적을 보유한 이안알앤씨가 지은 강남구 청담동 명품 거리 '셀린느' 매장 건물(왼쪽)과 강남대로의 '원앤원' 빌딩.

김 대표는 좋은 시공사의 첫째 조건으로 "고객 의도를 끝까지 구현할 수 있는 회사"라고 했다. 김 대표는 강남대로에 지은 '원앤원 빌딩'을 예로 들었다. 건축주는 지상 14층 건물의 외벽을 다공 쌓기 방식으로 시공해 달라고 했다. 다공 쌓기는 벽돌 사이사이에 간격을 둬 구멍이 뚫린 것처럼 보이게 하는 방법으로 외관이 고급스러워 보이지만, 1~2층 건축물에나 적용 가능한 기술이었다. 폭 9cm에 불과한 벽돌을 14층 높이로 쌓아 올리는 게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안알앤씨는 건축주·설계사와 머리를 맞대고 고심한 끝에 금속으로 벽돌 구조를 보강하고, 그 금속이 녹슬지 않게 처리해 건축주의 의도를 구현했다.

김 대표는 "좋은 건축을 하려면 공사 기간 내내 건축주, 건축가, 시공사가 활발하게 의견을 주고받아야 한다"고 했다. 시공사로선 번거롭고 비용이 더 드는 일도 생긴다. 올해 건축문화대상을 받은 스위스 대사관 건물도 발주처인 대사관 측은 송판 느낌이 드는 노출 콘크리트 마감 방식으로 벽을 시공해달라고 했다. 이안알앤씨는 건축주의 명확한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실물 크기 샘플 구조물(mock-up)을 두 번이나 만들어 발주자의 OK를 받아냈다. 김 대표는 "실물 크기 샘플을 만드느라 시간도 더 걸렸고 비용도 제법 들었는데, 그 덕분에 좋은 건물이 나왔다"고 말했다.

◇소문이 좋게 난 회사가 좋은 시공사

김 대표는 "사실 건축은 개인 입장에서는 자주 있는 이벤트가 아닌데, 우리는 단골 건축주가 많다"며 "그만큼 한번 인연을 맺은 건축주가 다시 찾아오거나 다른 건축주를 소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했다.

김 대표는 좋은 시공사를 고르기 위해선 업체의 '평판'부터 최우선으로 따지라고 했다. 평판에 신경 쓰는 회사는 계속 시공업을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시공 과정이나 하자 보수에 최선을 다하고 좋은 소문이 나기 마련이다. 김 대표는 "눈앞의 실적에만 매달리는 회사는 결국 건축주와 얼굴을 붉힐 가능성이 크다"며 "세상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소문이 좋게 난 시공사가 가장 좋은 회사라는 말이 틀리는 말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