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츠(REITs·부동산 신탁 회사)가 저금리·저성장 시대 투자 대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에선 상장이 임박한 NH프라임리츠가 기관투자자 수요 예측에서 700대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흥행몰이 중이다. 그러나 국내에 상장돼 거래되고 있는 리츠는 현재 6개에 불과하고, 투자 대상도 쇼핑몰 같은 상업 시설, 사무실 건물 등에 쏠려 있는 편이다. 이 때문에 아직까진 대중적인 투자 수단으로 폭넓게 활용되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최근 금융투자업계에선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리츠 시장인 미국을 주목하라"는 조언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전자상거래·소셜미디어 발전에 힘입어 가파른 성장이 예상되는 미국의 '물류창고 리츠'와 '데이터센터 리츠'가 유망하다는 분석이 많다.

◇"물류창고·데이터센터 리츠로 신(新)산업 성장세 올라타라"

리츠는 투자자들에게서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하고, 여기에서 나오는 임대료 수익 등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상품이다. 비교적 높은 배당 수익을 꼬박꼬박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최근 저금리 환경에서 크게 부각됐다. 특히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는 상장 리츠는 주식처럼 실시간으로 사고팔 수 있다.

미국에는 주거용·오피스·상업 시설 리츠 외에도 데이터센터·물류창고·의료 시설·호텔 리츠 등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종류에 따라 다양한 상장 리츠가 있다. 이 중에서 올해 단연 높은 수익을 내고 있는 것이 '데이터센터 리츠'와 '물류창고 리츠'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연초 이후 데이터센터 리츠의 평균 수익률은 48.5%, 물류창고 리츠 평균 수익률은 41.8%에 달했다. 주거용(33.2%)·오피스(22.8%)·상업 시설(13.2%) 리츠를 모두 제쳤다. 이 수익률은 주식처럼 증시에서 리츠 가격이 오른 상승률에 리츠 배당수익률을 합친 것이다.

이는 데이터센터와 물류창고 사업의 높은 '성장성'을 내다보고 투자금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 리츠는 페이스북 같은 IT(정보 기술) 회사에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할 수 있는 서버 등 시설을 임차해주고 수익을 낸다. '물류창고 리츠'는 아마존 등 전자상거래 업체나 페덱스 같은 배송 회사들에 물류창고나 배송 센터를 임차한다. 소셜미디어와 전자상거래가 급격히 성장하면서 물류창고 리츠 지수는 2015년 이후 연평균 19%씩, 데이터센터 리츠 지수는 연평균 17%씩 고성장 중이다. 삼성증권 김범준 수석연구위원은 "리츠는 배당 가능 이익의 90% 이상을 반드시 투자자에게 배당해야 하기 때문에, 물류창고·데이터센터 영업익이 늘어나는 만큼 배당 수익이 늘어날 수 있다"며 "배당이 늘면 투자금이 더욱 유입되면서 리츠 자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ETF 활용하면 리스크 줄일 수 있어"

데이터센터·물류창고 리츠에 투자하기 위해선, 국내 증권사를 통해 미 증시에 상장된 개별 리츠를 매수하는 방법이 있다. 현재 대부분 대형 증권사들을 통해 미국 주식 및 ETF·리츠 등 거래가 가능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국의 리츠 ETF(상장지수펀드)를 활용할 것을 추천했다. ETF는 여러 리츠 종목에 투자금을 분산해 담기 때문에 투자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미 증시의 'SRVR ETF'는 데이터센터 리츠를 가장 많이 편입하고 있는 ETF다. 에퀴닉스(Equinix) 등 데이터센터·인프라 리츠 19종목을 편입하고 있고 연간 배당수익률은 2.7%다. 물류창고 리츠 ETF 중 대표 격인 'INDS ETF'는 프로로지스(Prologis) 등 물류창고 리츠 17종목을 담고 있으며 배당수익률은 3.04%이다.

투자 시 유의해야 할 점도 있다. 대신증권은 "중장기 관점에서 물류창고·데이터센터 리츠가 유망하지만, 올 들어 가격이 많이 오른 만큼 단기적으로는 추가 상승 여력이 제한적일 수 있다"고 했다. 만약 향후 글로벌 경기 둔화가 나타나고 미국의 소비가 줄어든다면 물동량이 감소하면서 물류창고 리츠 수익률이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