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에 홀로 거주하는 직장인 정수영(29)씨는 지난주 추위에 떨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 지난 14일 서울 낮 최저기온이 올 겨울들어 처음으로 영하로 떨어지는 등, 갑작스런 한파가 몰아쳤기 때문이다.

정씨는 급히 지난해까지 사용하던 전기장판을 꺼냈지만, 1년 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원이 들어오지 않았다. 고장난 전기장판을 대신한 그의 선택은 온수매트다. 정씨는 "난방비보다는 전기료가 적게 드니 온열 매트는 필수"라며 "전기장판과 온수매트 사이 고심했지만, 전자파가 적고 합선 우려도 없다는 주위 추천에 온수매트를 구입했다"고 말했다. 그는 "가격은 전기장판보다 비싸지만 촉감이 좋고 온기도 오래 간다"며 "잠도 더 잘 오는 것 같아 ‘대만족’"이라고 했다.

경동나비엔 온수매트. 보일러에 매트를 연결해 보온하는 방식이다.

따뜻한 잠자리를 보장해주는 온열매트는 어느덧 겨울철 가정 필수품이 됐다. 집 전체를 난방하기보단, 필요한 곳만 보온하는 데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과거 온열매트의 대명사는 ‘전기장판’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물로 온도를 높이는 온수매트가 인기다. 가격비교사이트 다나와에 따르면, 10월 5주차 온수매트·카페트와 전기장판·전기요 판매량 비중은 52.4%대 47.6%를 기록했다. 판매 금액에선 온수매트·카페트가 76.7%를 차지했다.

신세계닷컴에선 지난 4일~17일까지 온수매트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6%늘었다. 이 기간 전기장판 매출은 3.7% 늘어나는 데 그쳤다. 오프라인에서도 온수매트가 상대적으로 더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10월 21일부터 11월 17일까지 4주간 이마트의 전기장판 매출은 직전 4주보다 255% 늘었는데, 온수매트 매출은 298%로 더욱 늘었다. 가전업계는 국내 온수매트 시장이 2012년 500억원 규모에서, 지난해 3000억원 가량으로 6년간 6배 성장한 것으로 추정한다.

온수매트는 전기장판보다 가격대가 높다. 그럼에도 온수매트가 인기를 끄는 배경엔 ‘안전성’이 있다. 전기장판은 열선에 전기를 통하게 해 열을 낸다. 전원을 켜면 바로 따뜻해지지만, 열선이 직접 열을 내는 만큼 전자파 영향이 크다. 더 큰 문제는 화재다. 오래된 전기장판이나 품질이 낮은 제품은 합선 위험이 있다. 전기장판이 주로 사용되는 침대 주변엔 가연성 물질이 많아, 한번의 합선이 사망사고로까지 이어지곤 한다.

온수매트는 열을 발산하는 장판과 보일러가 분리돼 있다. 보일러에서 물을 데워 장판에 전달하면, 뜨거워진 물이 온기를 발산하는 구조다. 보일러 몸체 외엔 전자파 발산이 없고, 일종의 ‘물침대’ 효과도 볼 수 있다.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전자파가 인체에 유해한지에 대해선 말이 많지만, 논란이 계속되니 이를 피하고자 하는 게 소비자 마음"이라며 "온수매트는 물로 간접 가열하니 화재 위험도 없다"고 설명했다.

소비자 관심이 높아지니 경동나비엔 같은 중견기업들도 온수매트 시장에 뛰어들었다. 경동나비엔은 2015년 뒤늦게 온수매트 시장에 진출했지만 현재 매출 기준 점유율 1위다. 지난해 경동나비엔의 온수매트 매출은 2015년보다 134% 늘었다. 연평균 성장률은 32.8%에 달한다.

경동나비엔 관계자는 "보일러 기술력을 온수매트에 적용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20대 후반의 1인 가구부터, 30~40대 부모, 50대 이상의 중장년층까지 쾌적한 수면환경을 위해 온수매트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갈수록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