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는 15일 발간한 ‘2019년 11월 최근 경제동향(일명 그린북)’의 경기 진단 종합 평가에서 ‘부진’이라는 문구가 빠진 것에 대해 ‘대외 경제의 악재가 돌출되지 않으면 경기가 추가적으로 악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라고 밝혔다.

홍민석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이날 오전 세종시 기재부 기자실에서 열린 관련 브리핑에서 "앞으로 대외여건 상 크게 문제없다면 추가적인 경기 하방 리스크가 불거질 것 같지 않다고 판단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어 "그는 글로벌 개선 흐름이 보이게 되면 우리 경제도 개선 모멘텀을 찾을 수 있도록 정책적인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는 그린북에서 ‘부진’이라는 문구가 삭제된 것이 기재부의 경기인식 변화로 해석되는 것에 경계감을 나타냈다. ‘문구 삭제가 현재 우리 경제가 바닥을 친 것으로 바라보는 해석을 의미하나’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문구 변화가 ‘경기가 바닥을 쳤다’, ‘또 수출과 투자가 부진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3분기 성장률도 잠재성장률에 하회하는데 이 모습을 더 명확히 설명하려 제약이란 표현을 쓴 것"이라고 했다.

15일 홍민석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이 11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을 발표하고 있다.

홍 과장은 그럼에도 "내년에는 금년보다는 글로벌 경기나 반도체 업황등이 개선되면서 우리 경제도 내년에는 더 좋아질 것이라고 저희도 예상하고 있다"면서 "문제는 정부가 모멘텀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해 경제 상황이 가시적으로도 나아지는 긍정적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홍민석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과의 일문일답

-7개월 연속쓰던 부진 표현 빠졌는데 내용면에선 수출투자 감소 이어져 변한게없다.

"그동안 부진이 지속된다는 표현이 7개월 연속 쓰였는데, ‘성장세를 제약하고 있다’는 표현이 최근 우리 경제 모습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이어서 바꾼 것이다. 이번달은 3분기까지의 실물지표들이 발표됐다. 국내총생산(GDP), 산업활동동향 등 모습들을 보면 가장 적확한 표현이라고 판단했다"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것인가.

"직접적으로 경기가 바닥을 친 것이라고 봐서 ‘부진’을 ‘제약’이라고 바꾼 것은 아니다. 또 수출과 투자가 부진하지 않다고 평가하는 것도 아니다. 3분기 성장률도 잠재성장률에 하회하는데, 성장의 제약의 원인을 꼽으면 수출과 투자의 부진한 흐름에서, 특히 투자에서는 건설투자의 부진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부진을 제약이라는 표현으로 바꾼 이유는 무엇인가.

"더 명확한 설명을 위한 수정이라고 이해해달라. 그린북에 '부진'이라는 표현이 나오면 특정 지표에 대한 부진 평가였음에도 불구하고, 경제 전체에 대한 부진으로 해석되는 상황이 많았다. 부진이란 표현을 지속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그래서 이번 종합평가에는 수출과 투자 등 특정 지표가 감소한다고 명확히 표현했고, 이런 요인이 우리 경제의 성장세를 제약하고 있다고 기술했다."

-광공업 생산이나 설비투자 등 일부 지표를 제외하면 주요한 소비지표는 마이너스다. 표현 변화를 모색할만한 계기로는 약한 것 아닌가.

"종합경기지수 등이 악화되는 모습이 아니고, 설비투자 역시 감소폭이 주는 등의 모습이 보였다. 그런 점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것이다"

-내년 경기가 완만하게 개선될 것이라는 KDI 전망과 가깝나

"(KDI가) 대외여건 상 문제없다면 추가적 악화없을 것이라고 표현했는데, 내년에는 금년보다는 글로벌 경기나 반도체 업황등이 개선되면서 우리 경제도
내년에는 더 좋아질 것이라고 저희도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모멘텀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해 (국민들에게) 가시적으로 긍정적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다. 그런 방향에서 내년도 경제정책을 고민하고 있다"

-경기저점 언저리에 있다고 보는가.

"경기가 저점에 달했다고 명확하게 말할 수 없다. 다만 앞으로 대외여건 상 크게 문제없다면 추가적으로 경기 하방요인이 작용하진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개선 흐름이 있다면 우리 경제도 개선모멘텀 찾아갈 것이다. 개선의 정도를 높이기 위해 정부가 노력하겠다"

-3분기 전기비 GDP가 2분기 보다 낮고 설비투자도 전년동기대로는 감소했다. ‘부진’이라는 단어를 ‘제약’으로 바꾼 근거가 불투명해 보인다.

"GDP는 2분기 1%에서 3분기 0.4%로 낮아졌기 때문에 부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답변한 것이다. 다만, 확실한 것은 설비투자의 부진 폭이 1,2분기에 비해 줄었다. 3분기에는 미약하지만 전기비로 증가했다. 그러나 건설투자는 그런 모습이 안보인다. 건설투자가 성장세를 제약하고 있다는 표현을 쓴 것은 건설투자와 설비투자를 구별해서 보자는 취지다."

-2분기에 비해 3분기 숫자가 계속 낮아지는데, ‘부진’이라는 표현을 ‘제약’이라고 바꾸는 것은 논리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GDP는 2분기보다 3분기가 감소했기 때문에 그런 지적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산업활동동향에서 확인 가능한 전산업생산지수는 3분기가 더 높았다. 서로간 방향성에서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부진이라는 표현을 쓰게 되면 이런 차이가 구별되지 않고, 전반적으로 모든 지표가 악화되는 것으로 오도될 소지도 있다. 그동안 7개월 연속 부진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을 때도 초점이 항상 ‘몇개월 연속 부진’이라는 데 맞춰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

-지표 흐름을 보면 인식의 변화를 줄 시기는 아니라는게 시장 콘센서스다. 정부에서 앞서나가는 것이 아닌가.

"부진이란 표현이 과도하게 시장에 전달이 되고, 반응을 걱정하면서도 7개월 유지한 것은 시장 콘센서스와 그린북이 나타내는 상징성 때문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에는 좀 더 적확한 표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경기가 좋아지나

"좋아지게 만들려고 최선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