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에서 가장 잘 생긴 동물을 꼽으라면 단언컨대 황제펭귄이다. 황제펭귄은 새 하얀 와이셔츠에 검은색 연미복을 차려입고, 선홍빛 입술과 목덜미 부위 황금색 깃털로 화려함을 뽐낸다.

김정훈 극지연구소 박사 연구팀은 아침 일찍부터 황제펭귄 탐사를 위해 장보고 과학기지 동쪽 케이프워싱턴 지역으로 발걸음을 내딛었다.

케이프워싱턴에서 찍은 황제펭귄의 모습. 황금빛 털 색깔이 인상적이다.

연구팀을 실은 헬기가 케이프워싱턴과 접하고 있는 실버피시만 위 바다얼음에 이르자 황제펭귄들이 마중을 나왔다. 6~7마리 씩 집단을 이룬 황제펭귄들이 줄을 지어 연구팀의 뒤를 따른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라도 하는 걸까. 돌아보면 서 있고 달아나면 다시 뒤를 쫓아온다. 뒤뚱뒤뚱 걸음이 느려서 간격이 벌어질 것 같으면 냅다 배를 바닥에 깔고 스노우보드처럼 재빠르게 미끄러진다.

사람을 따라 움직이는 이유는 알 수 없으나 펭귄은 줄서기의 천재들이다. 둥지에서부터 해안을 걸어 수 십 킬로미터 떨어진 바다까지 먹이사냥을 간다. 한 줄로 서서 이동하는 질서 정연한 모습이 장관이다.

펭귄들의 줄서기는 겨울 철새들이 무리를 지어 이동할 때 우두머리가 앞서 삼각형을 이루는 것과 다르다. 황제펭귄 무리는 우두머리가 없다. 암수 한 쌍과 새끼 한 마리가 가족이다. 소리를 내거나 목을 좌우로 서로 부비는 행동으로 서로를 기억하고 인식한다고 한다.

황제펭귄들이 자리를 비운 번식지는 아기 펭귄들을 위한 ‘유치원'이 된다. 아기 펭귄들은 서로 의지하면서 살아남는 법을 배운다.

‘한 줄 서기’를 실천하는 황제펭귄들이 떠난 번식지는 아기 펭귄들의 ‘유치원’이다. 성체 펭귄 1~2마리가 무리 곁을 지키고 어린 펭귄들끼리 한 데 뭉친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추위를 견디기 위해 돌아가며 자리를 바꾸는 ‘허들링’도 익힌다.

황제펭귄들이 김정훈 극지연구소 박사를 바라보고 있다.

이 정도면 지금 내가 황제펭귄을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황제펭귄들이 나를 관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소인국에 떨어진 걸리버가 된 기분이다. 이 곳 남극은 인간의 땅이 아닌 펭귄들의 터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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