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은행에서 파생결합증권(DLS) 같은 고위험 사모펀드를 판매할 수 없게 된다. 사모(私募)펀드의 일반 투자자 요건 투자 금액 기준도 '1억원 이상'에서 '3억원 이상'으로 강화된다.

금융위원회는 14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DLS(파생결합증권)·DLF(파생결합펀드)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가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피해자 보상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사모펀드는 소수의 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을 주식·채권 등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펀드다. 사인(私人) 간 계약에 근거한 거래이기 때문에 정부의 감독을 거의 받지 않는다. 이런 사각지대를 악용해 금융사들이 금융 지식이 부족한 노령층에게 고위험 상품을 충분한 설명 없이 파는 바람에 최근 해외 금리 연계 DLS 등에서 원금 손실 사태가 발생했다. 우리·KEB하나은행을 통해 판매된 7950억원어치 해외 금리 연계 DLS는 지난 8일까지 만기가 돌아온 2080억원 중 53%인 1095억원이 날아갔다. 8일 금리가 유지된다고 가정할 때 남은 5870억원도 13% 넘는 원금 손실률이 예상된다.

◇은행·보험은 고위험 사모펀드 못 팔아

금융위는 그동안 모호했던 고위험 상품의 기준을 구체적으로 정했다. ①주가나 유가 등과 연결시켜 수학적으로 손익이 나게 설계돼 투자자 이해가 어렵고 ②최대 원금 손실 가능성이 20~30% 이상인 상품이라는 두 가지 기준에 모두 해당되면 고위험 금융 투자 상품으로 분류한다는 것이다. 은행은 이런 고위험 상품을 사모펀드로는 팔지 못하고 공모펀드 형태로만 팔 수 있다. 50인 이상 투자자에게 판매하는 공모펀드는 사전에 금융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당국의 심사 단계에서 위험성이 한 차례 걸러질 수 있는 것이다.

또 금융사가 고위험 상품을 팔거나, 고객이 만 65세 이상일 경우에는 무조건 투자 신청 후 마감일까지 결정을 재고할 수 있게 하는 숙려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만일 투자자가 통상 이틀인 숙려 기간 동안 별도의 승낙 의사 표시를 하지 않을 경우 청약은 자동 철회된다. 고령 투자자 요건도 현행 만 70세 이상에서 만 65세 이상으로 확대 적용된다. 은행에서 판매된 DLS 등 파생 결합 상품의 경우 60대 투자 비중은 25%로 50대(29%)에 이어 둘째로 높았다.

사모펀드 일반 투자자 최소 투자 금액 조건은 기존 '1억원 이상'에서 '3억원 이상'으로 강화된다. 금융위는 2015년 이 조건을 5억원 이상에서 1억원 이상으로 낮췄다. 그러나 최근 DLS 사태에서 가족 돈이나 은행 대출을 끌어모아 1억원 이상 투자했다가 원금을 날린 사례가 발생하면서 기준을 다시 높인 것이다.

◇무분별 영업행위 하면 CEO 해임요구

이번 개선 방안에는 고위험 상품을 무분별하게 판매하는 금융사에 대한 강도 높은 제재도 포함됐다. 설명 의무를 제대로 하지 않는 등 불완전 판매를 한 금융사는 해당 판매 수입의 최대 50%까지를 징벌적 과징금으로 내야 한다. 내부 통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고위험 상품을 팔았다가 소비자 피해가 생겼을 경우엔 금융사 최고경영자(CEO)에 대해 해임을 요구하는 등의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이 밖에 자산운용사에 펀드 제조를 구체적으로 명령·지시하는 소위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펀드를 판매한 은행들도 제재를 받는다. 은행 창구 직원이 투자자 대신 설명서를 기재하거나 투자 성향 분류를 조작하는 등의 행위도 엄중 제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