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달 21일 중국 온라인 쇼핑몰 알리바바에선 쇼핑 축제일인 '광군제' 행사 예행 연습을 겸한 사전 할인 판매 이벤트가 열렸다. 중국 자동차 업체 다수가 이벤트에 나서, 인터넷 라이브 스트리밍(실시간 방송)을 통해 제품을 판매했다. 특정 시간에만 판매하는 대신, 특가 세일을 적용하는 것이다. 중국청년보는 "1초 만에 자동차 55대가 팔렸다"고 전했다.

#2. 11번가는 지난 9월, 폴크스바겐의 중형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 티구안 2500대를 온라인 판매했다. 온라인에서 예약금을 걸면, 이후 딜러와 연결돼 최종 구매·인도하는 방식이었다. 2500대는 일주일 만에 다 팔렸다. 금융 프로그램 등을 이용하면 최대 300만원 정도 싸게 구입할 수 있고, 보증 기간 연장 등의 혜택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100여 년간 굳어진 '제조사→딜러→소비자'로 이어지는 자동차 시장 유통 구조가 변혁을 맞고 있다. 지금까지 차를 살 땐 딜러 매장에 가서 시승 및 상담 후 차 열쇠를 건네받았다면, 앞으론 온라인으로 시승을 예약하고, 온라인에서 결제해 차를 배송받는 시대가 오는 것이다. 온라인으로 팔리지 않는 '최후 소비재'라던 자동차가 이제 온라인 영역으로 넘어가고 있다.

컨설팅 업체 프로스트앤드설리번은 자동차 주 소비자가 '20~30 밀레니얼 세대'가 되는 2025년쯤 유럽 신차의 3분의1 정도가 온라인에서 팔리고, 세계적으로는 온라인 판매량이 6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소비자 처지에서 온라인 플랫폼으로 구입하면 딜러 중개료가 없어져 싸게 살 수 있다. 제조사로서도 고객 데이터를 직접 쌓을 수 있어 유리하다. 딜로이트는 "설문조사 결과 미국 소비자의 60%가 다음 차를 살 땐 온라인으로 구입하는 데 관심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아직 온라인 직접 판매가 본격화되지 못했던 건 딜러들이 이런 유통 구조를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소비자 중엔 직접 딜러를 만나 상담하고, 여러 모델에 앉아본 다음 차를 사고자 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 난제를 풀기 위해 각 업체가 전략을 짜고 있다.

현대차가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 웹사이트 안에 설치한 미국 시장용 '디지털 쇼룸'. 미국에서 판매 중인 여러 모델의 상세 정보·사진 등을 보여주고, 소비자의 거주지와 가까운 딜러숍에도 연결해준다. 국내엔 아직 도입되지 않았다.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곳은 2011년 세계 최초의 온라인 판매 플랫폼을 구축한 테슬라다. 온라인 홈페이지에서 구동(후륜, 전륜) 방식, 내장재, 색깔 등 원하는 사양을 골라 주문하면, 2~4주 내에 자택으로 배송해 준다. 테슬라는 이미 구축한 딜러 네트워크가 없었기 때문에 온라인 판매 플랫폼 구축이 쉬웠다는 분석이다.

중국 지리자동차는 '링크앤드코' '폴스타' 등 온라인 판매 전용 브랜드를 출범시켰다. 기존 딜러들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온라인용 새 브랜드를 만드는 전략이었다.

이미 딜러 네트워크가 강한 자동차 기업들은 딜러와 연계하는 방식으로 온라인 시장 확대에 나섰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계약하고, 최종 잔금 결제 및 인도는 딜러가 하는 방식이다. 볼보는 홈페이지에서 ID를 만들고, 가용 예산을 입력한 뒤, 모델, 내장재, 휠 등을 골라 주문하면 인근 딜러숍에 주문한 차를 배송해준다. 딜러숍에서 열쇠를 받으면 된다. 폴크스바겐은 온라인에서 딜러와 '상생 협력 모델'을 구축할 계획이다.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고, 산하 딜러 5400사와 공동으로 플랫폼을 관리하고 수익도 나누는 모델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자동차 구매 고객마다 일종의 'ID'를 부여해 본사와 딜러사가 함께 고객을 관리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판매의 장점을 섞은 것이다.

피아트는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과 연계했다. 소비자가 아마존에서 주문하면, 딜러가 제품을 보내주는 형태로, 판매 채널을 대폭 확대해 '박리다매'에 나서는 전략이다. '500' 등 일부 소형차 모델로만 한정했는데, 판매 주도권을 아마존에 뺏길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대차그룹은 해외에선 이미 온라인 판매 플랫폼을 구축했다. 현대차는 싱가포르·호주 등에서, 기아차는 인도에서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다. 미국에선 아마존과 연계해 디지털 쇼룸을 운영하고 있다. 쇼룸에서 딜러 찾기 버튼을 누르면, 인근 딜러 매장으로 연결되는 방식이다.

반면 국내에선 온라인 판매 모델 구축이 어렵다. 판매(영업 사원 중심) 노조의 반대로 온라인 판매 플랫폼을 구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수입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17%를 넘어 20%를 향해 가는 상황에서 수입차 업체들은 온라인 판매에 적극 나서며 점유율을 더 높인다는 방침"이라며 "현대·기아차를 포함한 국내 자동차 업체들도 온라인 판매 전략을 빠르게 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