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 면세점 입찰이 흥행에 참패하면서, 정부가 고민 없이 신규 특허를 허용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더 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우리나라를 방문하도록 올해부터 시내 면세점 신규 특허요건을 완화한 바 있다.

14일 면세점업계에 따르면, 관세청은 지난 11일부터 이날까지 서울(3곳), 인천(1곳), 광주(1곳) 등 시내면세점 5곳의 특허 신청을 받았다. 하지만 현대백화점면세점 단 한 곳만 입찰 신청서를 접수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서울 시내 면세점 특허를 추가로 취득해 동대문 두산타워에 면세점을 하나 더 낸다는 계획이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지난 13일 특허권 취득을 전제로 두산 면세점의 부동산과 유형자산 일부를 인수하기로 두산과 합의했다.

한화 갤러리아 면세점의 마지막 영업일 풍경.

기업들이 면세점 입찰 신청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면세점 특허권 4개는 아예 사라지게 됐다. 처음으로 면세점을 유치하려던 광주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의사를 타진하는 등 노력했지만, 결국 면세점 유치에 실패했다.

면세점은 과거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평을 들었지만, 최근에는 롯데·신라·신세계 등 ‘빅3’ 외에는 영업환경이 어려운 상황이다. 서울 시내 면세점이 6년 만에 2배 가까이 늘어난 데다 따이궁 주도 시장에 수수료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보따리상들은 상품을 빠르게 구매할 수 있는 서울 강북 지역이 아니라면 다른 면세점을 찾지 않는 편이다. 올해 들어 여의도에 자리한 한화와 동대문에 있던 두산이 수익성 악화에 면세사업권을 포기했다.

면세점 업계에서는 "정부가 애초에 과도하게 면세점 특허를 허용했다"며 지적하고 있다. 한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요건을 충족하면 언제든지 면세점을 내주겠다는 입장"이라면서 "기업들이 망하든 말든 알아서 하고 고용만 창출하겠다는 태도는 무책임하다"며 날을 세웠다.

중소·중견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빅3 면세점도 제외하고는 대기업면세점도 사업을 접고 있고, 중소 면세점은 아사(餓死) 직전"이라며 "관광객이 증가하지 않는데 특허를 완화해 오히려 면세점 업체 간 수수료 경쟁만 심화됐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면세점 수를 늘려 관광산업을 활성화하기보다 기존 면세점의 활로를 열어줄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면세 한도를 늘리거나 인도장을 설치해 이용자 편의를 늘리는 게 더욱 필요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면세업계는 내년에 정부가 또 신규 면세점 특허를 낼지 주목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역·광역자치단체별로 외국인 관광객이 전년 대비 20만명 늘거나, 지역 면세점 매출이 2000억원 이상 증가할 때 신규 특허를 검토할 수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관광객, 매출 증가 조건을 충족하더라도 무조건 면세점 특허를 내는 것은 아니다"라며 "올해 분위기에 따라 내년도 면세점 특허가 나오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