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정비사업 규제가 강화된 결과로 건설업계의 일감이 줄며 수주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지방 정비사업장에서도 수주를 놓고 과열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1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대전지역 재개발 최대어로 꼽힌 유성구 ‘장대B구역’ 재개발 사업 시공사 입찰에는 대형 건설사 여럿이 몰려들었다. 지난 11일 조합이 연 시공사 입찰에는 현대건설, 대림산업, 포스코건설, 계룡건설산업이 컨소시엄으로 나섰고, GS건설이 단독 입찰로 참여했다.

지방 사업지임에도 불구하고 대형사들이 집중한 이유는 장대B구역 사업이 공사비만 8000억원 이상인 대형 일감이기 때문이다. 장대B구역 재개발 사업은 유성구 장대동 14-5 일대 9만7213㎡에 아파트 3072가구와 오피스텔, 판매시설 등을 짓는 사업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지방에서 대형건설사가 몰려들어 1대 4 구도로 경쟁하는 건 흔하지 않은 경우"라며 "지방에서 시공사들이 다투는 건 출혈 경쟁이어서 대부분 컨소시엄으로 입찰하는 경우가 많은데, 장대B구역은 과열 경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건설이 광주광역시 풍향구역을 재개발해 지을 새 아파트 조감도.

실제로 광주광역시에서는 이미 진흙탕 싸움이 벌어진 상태다. 포스코건설은 지난 10일 총 공사비 8500억원짜리 광주 북구 ‘풍향구역 재개발사업’을 수주했다. 조합원 총회에서 조합원 958명 중 501명(51%)의 표를 받아 아슬아슬하게 롯데건설을 꺾었다.

풍향구역 재개발사업은 광주 북구 풍향동 600-1번지 일대를 재개발해 지하 6층, 지상 최고 34층 28개 동 3000가구 아파트를 짓는 사업이다.

이 사업장은 관할 행정기관이 지도·점검에 나설 정도로 과열 양상을 보인 곳이다. 광주 북구청은 부재자 투표소가 차려진 조합 사무실에서 투표명부 확인이 제대로 되는지, 투표소 주변에서 불법행위가 이뤄지는지 등을 살폈다.

광주 북구청 관계자는 "기본설계가 없는 상태에서 롯데건설은 제한 층수인 39층보다 더 높은 49층으로 올려 짓는다고 홍보하고, 포스코건설은 3안까지 대안설계를 제시하는 등 과열됐었다"며 "건설사가 조합원에게 1대 1로 개별홍보한다는 민원도 접수돼 현장 점검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가 하면 대형사들은 지방 1000억원 안팎의 ‘초소형 사업’까지 뛰어들고 있다. 지난 9월 한화건설은 한진중공업을 누르고 부산 북구 덕천동 ‘덕천3구역’의 시공사로 선정됐다. 덕천3구역은 공사비 812억원짜리 사업이다. 지하 2층~지상 27층, 아파트 437가구로 재탄생한다.

현대건설은 지난 4월 대구 중구 동인동1가 ‘78태평상가’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수주했다. 지하 4층~지상 37층짜리 아파트 373가구와 오피스텔 85실을 짓는 사업으로 총 공사비는 1090억원 정도다.

대형 건설사들이 중견 건설사의 텃밭인 지방사업지의 작은 물량까지 걷어가려 하는 것은 그 만큼 수주에 목말라있기 때문이다. 특히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로 서울에서 정비사업 일감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 영향이 크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정부 규제가 심화하면서 대형사들이 규제가 덜한 지방사업장까지 손을 뻗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며 "건설경기가 회복되고 사업 물량이 늘어날 때가 되어야 중견사들도 수주 실적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