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새 50원 급락후 반등…10월 환율 변동폭 커져
냉온탕 오가는 미·중 협상 영향…위안화와 동조화
"경제 펀더멘털 약화에 대외 이벤트에 움직임 커져"

미·중 무역협상이 냉탕과 온탕을 오가자 원·달러 환율이 덩달아 널뛰기 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초 1200원을 웃돌았던 환율은 약 한 달 만에 1150원대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1170원에 바짝 다가섰다. 통화가치를 떠받치는 경제의 기초체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대외적 이벤트에 원화가 쉽게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무역전쟁의 당사자국인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위안화와의 동조화가 굳어지는 모습도 관측된다.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지난 13일까지 원·달러 환율의 변동폭(전일대비)은 4.2원으로 지난 10월(3.9원)보다 커졌다. 지난달 초 1206원까지 치솟았던 환율은 이달 초 1156.9원까지 떨어졌다. 이후에는 1150~1160원대에서 잠시 안정세를 보이다 14일 장중 다시 1170원을 넘어섰고, 1169.7원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가 전 거래일보다 18.47포인트(0.86%) 내린 2122.45로 마감한 지난 13일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의 모습

원·달러 환율은 미·중 무역협상의 양상과 함께 움직이는 추세다. 미국 재무부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등 양국간 갈등이 증폭됐던 8월 환율은 한 달 내내 1200원대를 웃돌아 움직였으며, 같은 달 13일에는 1222.2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10월 들어 미·중간 1단계 합의 가능성이 언급되면서 외환시장의 분위기가 진정되는 듯 했다. 이달 초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무역합의에 서명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할 것이라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최근에는 분위기가 급변해 1단계 합의에 대한 불확실성이 불거지면서 위험회피 심리가 다시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서정훈 KEB하나은행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확대된 가장 큰 원인은 미·중 무역분쟁"이라며 "대외적 악재가 있을때 자본 유출입이 증시를 통해 빠르게 일어나는 흐름이 외환시장에도 충격을 줬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대중(對中) 무역의존도가 높은 것도 원화의 변동성을 키우는 배경이다. 우리나라는 무역 의존도가 지난해 기준 68.8%에 달해 애초부터 대외적 충격에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 특히 중국은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이다. 대중 수출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를 상회한다. 시장에서는 중국은 제조업 생산과 수출 등 주요지표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성장세의 회복도 장담할 수 없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중국에 대한 경제의존도가 높은 탓에 위안화와 동조현상 또한 깊어지고 있다. 지난 8월 미·중 갈등이 격화됐을 때 달러·위안 환율이 심리적 저지선으로 일컬어졌던 7위안을 넘어섰었다. 그러다 이달 6일 다시 6위안대로 떨어졌고 최근 다시 7위안 위로 올라선 상황이다. 원화가 위안화의 흐름과 거의 유사한 흐름을 보인 것이다.

임지원 한은 금융통화위원은 1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중국 위안화와 원화가 동조되는 건 늘 있었던 일은 아니다. 우리나라와 중국과의 경기연관성이 굉장히 높은 상황이라 미·중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얼마나 영향이 있을지 지속적으로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이 부진한 상황에서는 원화가 대외적 이벤트에 쉽게 흔들릴 수 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글로벌 경기 흐름이 부진하더라도 국내 펀더멘탈이 받혀준다면 외부적 충격을 상쇄시켜 줄 수 있지만, 대외의존도가 높은 경제 특성과 주력 산업인 반도체 업황까지 악화돼 당분간은 외환시장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기가 어렵다고 봤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을 비롯해 금리, 주가 등 가격지표들의 변동성 자체가 펀더멘털보다 이벤트 자체에 좌지우지되는 상황"이라며 "중국의 경기가 둔화되다면 대중 수출 회복도 더 늦어질 수 있고 투자도 적극적으로 나설수가 없어 우리 경기에도 하방요소가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