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소프트뱅크 빅딜...日 최대 메신저와 포털의 통합으로 1억 시장 독주
알리바바⋅아마존과 경쟁가능성...도쿄 올림픽 무현금 사회 촉진 기대감 결제 협업 1순위
7월 회동한 이해진-손정의…자수성가 공감대...한⋅일 분쟁 속 간판 IT기업 동맹

네이버 라인(LINE)과 소프트뱅크의 야후재팬이 손잡고 추진하는 합작사는 한·중·일 아시아 전반을 아우르는 초대형 ‘IT 공룡’의 출현을 예고하고 있다.

두 회사 간 통합은 라인과 야후재팬이 일본을 넘어서 글로벌 테크 시장까지 영향력을 확대하는 촉매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프트뱅크 창업자 손정의 회장이 알리바바의 스케일을 추구하는 것으로 소프트뱅크 제국을 확장해 미국 아마존과도 대항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도 "단순히 인터넷 최대 기업이 탄생하는 것뿐만 아니라 금융, 전자상거래를 아우르는 1억명 규모의 서비스가 탄생해 아시아 무대에서 미국, 중국의 대형 플랫폼에 대항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 13일 닛케이와 요미우리신문 등은 라인과 야후재팬이 합병을 조율 중이고, 이달 내 통합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소프트뱅크에 이어 라인의 모회사인 네이버도 14일 이 보도를 확인했다. 네이버는 하지만 "경영통합 등 사업경쟁력 확보를 위한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했다.

◇8200만 '라인'과 5000만 '야후재팬'의 결합…일본 넘어 글로벌까지
라인과 야후재팬의 통합은 일본 내 최대 메신저 업체와 검색포털이 결합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용자 약 8200만명을 보유한 라인은 일본 '국민 메신저'다. 라인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충성도가 높아 10명 중 8명이 매일 사용한다고 한다.

뉴스와 검색 전자상거래 등에 주력하고 있는 야후재팬은 일본 2위 검색엔진으로 서비스 이용자가 5000만명이다. 또 야후재팬의 이용자는 주로 40대 전후로 집중돼 있고, 라인은 10~20대가 주를 이뤄 두 회사 간 동맹은 더 넓은 영역을 아우르는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달 Z홀딩스로 회사명을 바꾼 야후재팬은 지난해 매출이 9547억엔(약 10조2718억원)을, 라인은 2071억엔(약 2조2297억원)을 기록했다. 두 회사 매출을 합하면 현재 일본 인터넷 업계 1위인 라쿠텐(樂天)을 제치게 된다. Z홀딩스와 라인의 시가총액은 각각 1조8518억엔(약 19조9370억원)과 1조1048억엔(약 11조8946억원)에 달한다.

라인과 소프트뱅크는 통합을 통해 사업악화의 반전을 노린 것으로 관측된다. 라인은 3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중이고, 소프트뱅크는 지난 2분기 89억달러의 영업손실을 내 14년만에 처음으로 분기 영업적자를 냈다.

IT 업계에서는 라인과 야후재팬의 제휴가 일본만이 아닌 글로벌 시장까지 염두에 두고 진행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12억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중국 알리바바나 미국의 아마존과 경쟁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중국 알리바바에 맞서는 ‘한·일 알리바바’가 탄생했다는 시각도 있다. 한⋅일 경제분쟁 와중에 양국을 대표하는 기업이 미국과 중국의 간판 인터넷 기업과 경쟁을 위해 손을 잡았다는 의미도 있다.

이동훈 KB증권 연구원은 "양사 합병으로 인해 일본 내 시장지배력이 강화될 전망이며 일본 외 지역으로의 확장도 가속화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캐시리스' 추진하는 日 정부, 결제시장 시너지 기대
가장 시너지가 기대되는 분야로는 간편결제 시장이 꼽힌다. 지금까지 라인은 '라인페이'를 야후재팬은 '페이페이'를 내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쳐 왔다. 일본 결제 시장은 이제 막 성장 초입 단계라서 이들 회사는 시장 선점을 위해 출혈 경쟁도 마다하지 않았다. 특히 라인페이에 들어가는 마케팅 비용이 막대하게 들어가며 네이버는 지난 2분기까지 7분기 연속 영업이익 감소세를 나타내기도 했다.

하지만 두 회사가 경쟁을 멈추고 협업을 할 경우 수익성 개선과 함께 시장을 키우면서 압도적인 지배력을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가 오는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캐시리스’(cashless·무현금)를 기조로 모바일 결제 시스템 확대를 서둘러 추진하는 상황이라 일본 결제 시장이 가지는 잠재력은 상당하다. 현금 결제 비율이 80%를 넘는 일본은 오는 2025년까지 ‘무현금 결제’ 비중을 40%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송종호 NH-아문디자산운용 주식리서치본부장은 "일본의 모바일결제 시장을 키우는 혁신을 일으키는데 각자 경쟁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요미우리도 야후재팬이 온라인 메신저 서비스를 토대로 사업 영역을 폭넓게 확장하고 있는 라인과 손을 잡아 인터넷 사업 전체의 수준을 끌어올리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간편결제 뿐 아니라 라인이 내년에 세우는 라인뱅크와 라인보험 등 핀테크 분야에서 야후재팬과의 협업도 기대된다. 전자상거래도 협업 대상이다. 야후재팬은 지난 9월 37억달러에 온라인 패션 유통업체 조조(zozo)인수를 발표할 만큼 전자상거래 사업을 확대해왔다. 인공지능(AI) 영역에서도 양사의 협업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와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통합 배경엔 스스로 기업 일궜다는 이해진-손정의 교감
이번 '빅딜'의 배경에는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과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의 사전 교감이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GIO는 지난 7월 방한한 손 회장과 대기업 총수 만찬에서 만남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재계 3세들이 주로 참석했다.

이 GIO는 다른 재계 3세 경영자들과 달리 자기 힘으로 직접 기업을 일으킨 창업자란 점에서 손 회장과 공감대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은 재일교포 3세로 일본에서 굴지의 기업을 일군 바 있다. 이 GIO는 유독 자수성가형 사업가들과 각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앞서서는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과 ‘창업 세대’라는 신뢰를 토대로 전략적 제휴를 맺기도 했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인연은 처음이 아니다.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라인의 일본 알뜰폰 사업 경영권을 인수했다. 소프트뱅크는 또 지난해 세계 최대 벤처캐피털인 미국 세쿼이아캐피털의 중국법인과 네이버의 사진공유 애플리케이션 스노우의 중국법인 스노우차이나에 5000만달러를 공동투자했다. 앞서 2016년엔 네이버 소프트뱅크 한국벤처투자 등이 미디어 콘텐츠, 인공지능 벤처기업 투자를 위한 473억원 규모의 '에스비넥스트미디어이노베이션펀드'를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