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수년 내에 PC에도 100TB(테라바이트) 급의 초대용량 저장 공간을 집어넣을 수 있게 된다. 기존의 자기기록 방식에 레이저나 전자파 등을 더해 데이터의 기록 밀도(密度)를 끌어올리는 신기술 덕분이다.

HDD 제조업체 시게이트는 최근 내부 자료를 통해 현재 16TB에 멈춰 있는 이 회사 HDD 제품의 최대 용량을 2026년까지 그 3배 이상인 50TB로 늘려 놓겠다고 밝혔다. 50TB는 2GB(기가바이트)짜리 고화질 영화 약 2만5000개에 해당하는 데이터양이다.

열보조자기저장(HAMR) 기술을 표현한 모식도(模式圖). 코일이 감긴 기둥 모양의 헤드(오른쪽)가 데이터(녹색)를 기록하려는 부분에 붉은색 레이저를 쏜다.

현재 많이 쓰이는 HDD 용량이 2~4TB임을 감안하면, 최소 10개 이상 HDD에 나눠 담아야 했던 데이터를 50TB HDD 1개에 모두 담는다는 얘기다. 고사양 데스크톱 PC는 HDD를 3~4개 추가할 수 있으므로, PC 한 대에 150~200TB의 데이터를 저장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이는 '열보조자기저장(HAMR)'이라는 새로운 데이터 기록 기술 덕분이다. 지금까지 HDD는 일반적 자기저장(CMR) 기술을 이용해 왔다. 테이프 레코더에 음성을 녹음하는 것과 같은 원리고, 회전하는 알루미늄 원판(플래터)에 자기장의 변화를 통해 데이터를 기록한다. 시게이트 관계자는 "자기 헤드(데이터를 읽고 쓰는 부품)가 플래터에 데이터를 기록할 때 레이저를 쏴 순간적으로 온도를 높여주면 더 좁은 공간에 데이터를 기록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경쟁사인 웨스턴디지털(WD)도 유사한 원리의 '에너지 보조 자기저장(EAMR)'이라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회사는 시게이트보다 한발 앞서 EAMR 기술을 적용한 18TB HDD도 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5G(5세대 이동통신) 기반 고용량 온라인 게임과 동영상이 등장하고, 스스로 동영상을 찍어 편집하는 '1인 크리에이터'가 늘어나면서 8TB 이상 고용량 HDD 제품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SSD는 속도로, HDD는 용량으로 승부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