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사회초년생 등 신용 평점 개선될 가능성도

여야가 빅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위해 이르면 19일 ‘데이터 3법’을 통과시키겠다는 뜻을 밝히자 업계에서는 앞으로 소비자의 금융 생활이 획기적으로 변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 금융권에 흩어져 있는 개인의 금융정보를 일괄 수집한 뒤 분석해 제공해주는 ‘마이데이터 산업’이 활성화됨에 따라 통합 자산관리 서비스가 보편화될 것으로 보인다. 신용평가도 더욱 정교해져 담보 없이도 대출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는 ‘데이터 3법’을 포함한 비쟁점 민생법안을 오는 19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데이터 3법이란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개정안을 말한다. 이들 법안의 핵심은 안전하게 처리된 ‘가명 정보’를 통해 데이터 활용을 극대화하고, 현행법상 분산돼 있던 개인정보보호 체계를 일원화하는 것이다. 세 법안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어 하나라도 통과되지 않으면 그 효과가 크게 제한된다.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데이터 3법’을 포함한 비쟁점 민생법안을 오는 19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 문희상 국회의장,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

데이터 3법이 통과되면 다양한 데이터 관련 산업이 탄생하게 되고, 이에 따라 소비자가 이용할 수 있는 금융 서비스도 대폭 확대된다. 먼저 본인신용정보관리업인 ‘마이데이터 산업’이 본격 시작될 전망이다. 마이데이터 산업은 여러 금융사에 분산돼 있는 개인 금융정보를 일괄 수집한 뒤 알기 쉽게 통합, 분석해 제공해주는 서비스다. 지금까지는 대형 금융회사가 개인 금융정보를 독점하고 있었는데, 이 정보의 소유권이 개인으로 넘어오게 되면서 마이데이터 산업이 가능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산업이 활성화되면 통합 자산관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현상이 보편화될 것"이라며 "현재 개인 자산관리 플랫폼 ‘뱅크샐러드’와 같은 서비스가 여럿 탄생해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권이 넓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통합 자산관리 서비스 이용도 보다 편리해진다. 현재 핀테크 업체들은 금융사 데이터를 이용하려면 각 금융사와 계약을 맺어야 한다. 뱅크샐러드와 같은 플랫폼을 이용하려면 소비자가 각 금융사에 접속해 공인인증서로 로그인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데이터 3법이 통과되면 개별 금융회사에 일일이 접근할 필요 없이 한 번의 동의 만으로 전 금융권의 정보를 불러올 수 있게 된다.

해당 정보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 수 없도록 처리한 ‘가명 정보’를 금융회사가 이용할 수 있게 되고 빅데이터를 활용해 인공지능(AI)이 고도화되는 만큼, 개인 맞춤형 금융 광고와 상품 추천 역시 보다 정교해질 전망이다. 이미 해외에서는 이같은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스페인 최대 은행인 BBVA(빌바오 비스카야 아르헨타리아)는 고객의 거래 내역을 분석해 자금이 부족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 오면 다른 계좌로부터의 자금 이체 또는 신용 대출 서비스를 제안한다.

오영선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AI 기술의 발전으로 고객 행동 예측 모델은 정교화되고 1:1 마케팅이 현실화되는 추세"라며 "(다국적 컨설팅 기업) 액센추어에 의하면 28개국 4만7000명의 금융소비자 중 절반 이상이 개인 관심사를 반영한 맞춤형 서비스를 희망하며, 이를 위해 본인 정보 공유에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비금융정보의 체계적 활용을 위한 비금융정보 전문 신용평가(CB)업이 도입되는 만큼 금융 문턱도 확 낮아질 전망이다. 비금융정보 CB업이 활성화되면 공공요금 납부 정보나 온라인 쇼핑 정보, 소셜미디어(SNS) 정보 등을 통해 개인 신용을 평가할 수 있게 된다. 주부, 사회초년생 등 금융이력 부족자들의 신용 평점이 개선될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영세 자영업자 역시 담보가 없어도 카드 매출 정보나 현금 흐름 등을 통해 상환 능력을 보다 정교하게 평가받고, 대출 금리도 낮출 수 있게 된다. 이미 신한카드는 금융위로부터 규제 특례를 인정받아 가맹점 매출 데이터를 기반으로 신용을 평가하는 ‘신한카드 마이크레딧’ 사업을 출시했다. 데이터3법이 통과되면 신한카드 외 다른 카드사 역시 이같은 신용평가 사업에 나설 수 있게 되고, 소비자 혜택 역시 확대될 수 있다.